[김지훈의 게임치트] 엔씨, 카카오게임즈 고소 사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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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의 게임치트] 엔씨, 카카오게임즈 고소 사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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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매년 장마철이면 찾아보는 영화가 있는데 서울에 연일 비가 내리면서 올해는 조금 일찍 찾아봤다. 1966년 개봉한 '초우'라는 영화로 가난한 청춘남녀가 서로를 속이고 만나는 멜로드라마다.

자동차 정비공인 남자와 자신을 기업가의 아들이라고, 식모인 여자는 프랑스 대사의 딸이라고 서로 속이고 만난다. 신분을 속인 남자와 여자는 데이트를 거듭하며 사랑에 빠지고 신분 상승의 달콤한 꿈에 부풀지만, 결국 신분이 탄로나며 비극을 맞이한다.

여자는 비가 오는 날이면 장바구니를 세탁소에 맡긴 후 남자를 만나러 가는데, 세탁소 주인은 대사 한 줄로 이 영화가 말하자고 했던 모든 것을 표현해낸다.

"색시, 요즘 세상에 말이야 가짜가 진짜 노릇을 한다니깐 글쎄"

영화를 보다가 같은 날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를 고소한 일이 문득 떠올랐다. 엔씨는 엑스엘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가 자사 게임 '리니지2M'의 저작권을 침해해 '아키에이지 워'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었다.

"터질게 터졌다" 혼잣말을 했다. '아키에이지 워'는 '리니지2M'과 지나치게 닮았다. 앞서 게임 리뷰를 통해 이런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아키에이지 워'는 지난달 21일 출시 당일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이후 3일 만에 구글 최고 매출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6일 기준으로는 구글 매출 순위 3위를 기록 중이다. 반면 '리니지2M'은 6위에 랭크돼 있다. 장르적 유사성을 넘어 지식재산권(IP)를 무단 도용, 표절한 이유로 고소한 게임이 자사의 게임보다 더 잘나가고 수익도 좋으니 엔씨 입장에선 충분히 화가 날만도 하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사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엔씨는 지난 2021년 6월에도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을 모방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소송은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부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또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며 게임업계 이슈가 됐던 '다크 앤 다커' 사태도 마찬가지다. 다크 앤 다커는 넥슨의 미출시 프로젝트 'P3'를 유출해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게임으로, 최근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삭제되면서 퇴출 위기에 몰렸다. 이 건 역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언젠가부터 게임업계는 장르의 유사성을 핑계로 서로 베끼며 비슷한 게임들을 쏟아냈다. 감독해야 할 기관은 이를 방관했고, 유저들마저 "이런류의 게임은 원래 다 똑같은 거 아니냐"며 쉬쉬했다.

그러는 사이 진짜가 진짜 노릇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쳐 세상에 내놓은 결실을 인정해주고 보호하기 위해 IP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최종 결정은 법정이 할 것이다. 그 전에 게임업계가 자각하고 변했으면 한다. 업계는 지나치게 수익에 기대 게임을 개발 중이다. 수익구조(Business Model, BM)를 보면 혀를 내두를 때가 많다. 이번 엔씨의 카카오게임즈 고소 건도 사실 돈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게임보다 돈을 보고 따라했다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언제나 돈은 사람의 눈을 가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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