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호의 IT밸리] KT 경영, 거꾸로 시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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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의 IT밸리] KT 경영, 거꾸로 시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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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윤호 기자 |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구현모 현 대표에 이어 지난 7일 후보로 확정된 윤경림 현 KT 그룹 Transformation부문장(사장) 마저 최근 대표 도전을 포기하며 사실상 KT는 당분간 수장 없이 회사가 운영될 위기에 놓였다.

윤경림 내정자는 후보로 내정된 지 보름만인 지난 27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구현모 대표도 지난달 후보 사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구 대표는 임기를 3일 남긴 지난 28일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이사 사퇴 의사도 밝혔다. 이에 따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 오는 31일 정기 주주 총회 전까지 새 후보를 찾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불가피하다.

KT의 대표이사 인선 논란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직접적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 외풍에 윤경림 내정자나 구현모 대표 모두 버티지 못하고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물러났다는 주장이 나온다. 두 후보 사퇴 이후에는 노조를 중심으로 이 모든 과정이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선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KT 이해관계자들이 인선 과정에서 '통신 전문가'를 앉히기 위한 노력보다는 정치적 고려만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하지만 파행을 지속하기에는 상황이 엄중하다. CEO 부재 기간이 이어지는 사이 KT 경영의 불확실성은 부각되고 있다. 조속한 수습이 절실하다.

KT는 통상 매년 11~12월경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한다. 지난해 12월부터 CEO 선임 논란이 이어지며 KT는 물론 계열사까지 모든 인사와 조직 개편이 완전 중단된 상태다.

리더십 공백 상태가 길어지면서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추진 등의 계획도 동력을 잃게 됐다. 이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타 이동통신사들이 각각 '인공지능(AI) 컴퍼니로의 전환', '플랫폼 사업 확장' 등의 포부를 밝히며 한 해 농사 준비를 마친 것과 대조되는 점이다. KT만 지난해 12월 이후 경영 시계가 멈춰서 있다. 윤경림 후보 사퇴 이후 KT 차기 경영진 구성이 원점으로 돌아가며, 경영 시계가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간 KT는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TV(IPTV)로 대표되는 유선통신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해 왔다.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SK텔레콤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등 통신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통신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산업 분야다. KT의 대표 부재는 통신 장애를 야기하는 등 사업 차질로 이어져 국민의 삶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KT는 이달 초 막 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 참가해 AI·디지털 전환(DX)·로봇 서비스 등의 기술을 선보이며 전 세계적인 기업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향후 이 같은 기술을 고도화하고 구체화할 CEO의 부재는 KT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막심한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CEO 공백이 상당 기간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KT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KT의 경우 지분의 57%를 소액 주주(개미)들이 보유하고 있다. CEO 리스크가 길어질수록 소액 주주들의 피해가 누적될 수 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발맞춰 전 세계 기업들은 통신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개월여간 잇따라 파행을 겪는 KT 대표 선임 과정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이제는 정치적 고려는 내려놓고 정부, KT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힘을 합쳐 KT를 정상화할 '적임자'를 뽑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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