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시선] 메멘토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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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의 시선] 메멘토모리
  •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 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03월 27일 1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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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의 악역 중 한명인 손명오의 목에는 '메멘토 모리' 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 극중 손명오는 어떤 의미로 자신의 목에 문신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로 상당히 철학적인 의미를 안고 있다.

메멘토 모리의 기원은 로마시대에 개선장군이 행진을 할 때 노예 한 명을 뒤에 따라다니게 하며 계속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한 것에 기원한다. 인생 최고의 순간에 죽음을 기억하며 항상 겸손해야 하고자 하는 개선장군 본인의 의지였다.

이탈리아 최고의 관광지 피렌체에는 꼭 봐야 할 그림이 아주 많다.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발상지이고 그 중에서도 마사초의 그림이 있는 브랑카치 예배당이 르네상스의 시작점이다. 르네상스를 보려면 마사초의 그림을 꼭 봐야 한다. 미켈란젤로도 다빈치도 마사초에서 시작된 것이다.

마사초는 젊은 나이에 요절했기에 대표작 브랑카치 예배당 프레스코화 외에는 작품이 많이 없다. 두번째 대표작은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에 있는 성 삼위일체 이다. 이 그림은 최초의 원근법 적용 그림으로 유명하다.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그림으로 손꼽힌다.

성삼위일체 그림을 볼 때 상단의 원근법을 감상하는게 주된 포인트 이지만, 하단의 해골 그림도 놓쳐서는 안된다. 특히 그곳에 써 있는 글귀가 인상에 남는다. 해골이 관람객에게 말하고 있다. "나도 당신과 같았다, 당신도 언젠가 나처럼 될 것이다".

메멘토 모리를 좀더 현실감 있게 해골이 말을 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기분 나쁜 저주로 들릴지 모르나 곱씹을수록 마음에 지녀야 하는 울림이 있는 말이다. 죽음은 나쁘게 생각하면 고통이거나 저주일수도 있으나 죽음이 있기에 현재의 삶이 더 소중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가 죽음을 생각한다면 현재의 고민이나 화남은 사소한 것이 되어 버린다.

대학시절 친구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혼수상태에 빠져 정신을 잃은 채로 며칠을 지냈고 폐에 위험이 와서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지금은 건강해 진 친구가 나중에 후일담을 말해 주는데 당시 쇄골과 다리도 부러 졌었다고 한다. 그런데 뼈 부러진 것은 치료도 안하고 당장 위급한 치료에만 몰두했고 본인도 뼈 부러진 것 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 쇄골이 부러지고 다리가 부러진다면 인생의 큰 위기와 불행이 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련 조차도 죽음 앞에서는 사소한 것이 되는 것이다. 죽음을 생각한다면 욕심에서 초연해지고 거만해질 타이밍에 겸손을 느끼게 해준다.

죽음을 생각할 때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가족 친구들의 진정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현실에서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는 최고의 각성제이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데도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기며 생활한다. 죽음은 반드시 찾아오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것임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죽어가고 있는 존재이다. 메멘토모리 - 죽음을 기억할 때 비로소 카르페디엠 - 현재를 꽉 잡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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