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리뷰] 컵라면인데 햄·소시지 몇 조각 넣고 3800원, 누구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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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리뷰] 컵라면인데 햄·소시지 몇 조각 넣고 3800원, 누구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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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솔지 기자
사진=안솔지 기자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하림 챔라면은 최근 모디슈머(Modify+Consumer의 합성어)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이다. 모디퓨어는 자신의 취향이나 입맛에 맞춘 새로운 레시피를 창조해 즐기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특히 '라면'은 모디슈머 열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품 중 하나다. 서로 다른 두 라면을 섞거나 라면에 치즈, 소시지 등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먹는 레시피가 SNS 등에서 유명세를 얻곤 했다. 

트렌드를 발 빠르게 캐치한 것은 아주 좋았다. 실패하기 어려운 라면을 고른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고명으로 치킨 햄과 켄터키 후랑크 소시지를 선택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라면을 좋아하는데 햄과 소시지를 싫어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결과물은 아쉽다. 가격, 제품 구성, 맛 측면 어느 하나도 특출남을 느낄 수 없었다. 하림은 분명 '맛없없(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라고 홍보했는데,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컸다. 

하림 챔라면 제품 구성. [사진=안솔지]
하림 챔라면 제품 구성. [사진=안솔지]

제품 구성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넓고 둥근 유탕면, 사골 육수와 챔, 소시지가 들어있는 파우치, 액상스프와 건조 파 약간으로 구성돼 있다. 총 내용량 195g에 540kcal이다. 나트륨은 2070mg으로 유탕면류(국물형) 나트륨 평균함량이 1730mg인 것과 비교하면 꽤 높은 수준이었다.

조리과정은 간편하다. 우선 제품 내 레시피 안내에 나와있는대로 뚜껑을 연 뒤 파우치를 뜯어 사골 육수와 챔, 소시지를 넣어줬다. 액상스프까지 넣은 뒤 뜨거운 물을 표시선에 맞춰 넣어줬다. 그 상태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넣어 1분 40초(1000W 기준)를 조리했다. 전자레인지 조리가 끝난 후에는 젓가락으로 면과 스프가 고루 섞이도록 한번 더 저어줬다.

챔과 소시지만 따로 맛을 봤다. 챔은 닭고기 햄이어서인지 담백함이 느껴졌고 특별한 간이 느껴지지 않아 슴슴했다. 소시지 역시 물에 한번 데쳐낸 소시지처럼 간이 강하지 않고 담백했다. 다음으로 라면도 한 젓가락 입에 넣었다. 햄과 소시지향으로 유명한 삼양라면과 유사한 맛이 느껴졌다. 

챔라면에 체다치즈를 넣어 조리하면 부대찌개 느낌이 한층 강해진다. [사진=안솔지]
챔라면에 체다치즈를 넣어 조리하면 부대찌개 느낌이 한층 강해진다. [사진=안솔지]

챔라면 용기에는 조리팁으로 체다치즈를 넣고 전자레인지 조리하면 더욱 맛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안내에 따라 체다치즈를 넣자 부대찌개의 느낌이 한층 강해졌다. 사골 육수와 액상스프 들어간 국물에 고소한 체다치즈까지 넣자 라면 맛이 확실히 좋아졌다.

전체적으로 챔과 소시지, 라면 각각의 맛은 꽤나 괜찮았다. 아쉬운 점은 바로 셋의 조화다. 색다른 조합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입맛을 겨냥해 부대찌개 느낌으로 챔과 소시지를 넣은 것은 좋았으나 생각보다 셋의 조합이 잘 어우러지지 않았다. 자고로 부대찌개라면 진한 육수와 햄맛의 조화가 두드러져야 제맛이다. 하지만 챔 햄과 켄터키 후랑크의 지나친 담백함과 슴슴함은 '찐' 부대찌개의 맛과 괴리가 컸다.

챔라면에 들어있는 닭가슴살 햄 '챔'. 한 조각의 크기가 다소 작아보인다. [사진=안솔지 기자]
챔라면에 들어있는 닭가슴살 햄 '챔'. 한 조각의 크기가 다소 작아보인다. [사진=안솔지 기자]

3800원이라는 '프리미엄급' 가격에 비해 부실해 보이는 구성도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하림 챔과 소시지는 각각 4조각씩 총 8조각이 들어있다. 8조각이라고 하면 풍성해 보일 수 있겠지만 원물의 크기가 너무 작았다. 제품 뚜껑에 그려진 햄과 비교하면 소박하게 느껴질 정도다. 

고물가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비싼 점심 대신 3000~4000원대 편의점 도시락을 찾을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컵라면 단품 가격이 3800원이라면, 제품 하나만 먹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퀄리티를 갖춰야 하는 시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에 들어간 원물과 건조채소 등 재료들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해 체다치즈가 필요하다는데, 구성품이 아니라 따로 사야 하는 것도 달갑지 않다. 내용물도 적고 맛있게 먹으려면 돈도 들고 귀찮기까지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챔라면을 선택할 만한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일반 컵라면의 두 배 가까이 비싼데, '제값'은 못한다. 이대로라면 챔라면은 시장의 냉혹한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림은 챔라면 출시와 함께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지속 선보이겠다는 다짐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엔 아닌 것 같다. 제발 다음 번엔 소비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제값'하는 제품을 만나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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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신안먹어 2023-03-28 20:29:14
3,800원 주고 사먹은 내가 미친놈이지

ㅎㅈ 2023-03-20 08:14:5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근 먹어봤던 사람입니다.
먹자마자 헛웃음 나오는 맛이었네요..
공감버튼 없다는 게 아쉽네요 ㅜㅜㅜㅜㅜ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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