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에 리모델링 시장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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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완화에 리모델링 시장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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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용준 기자]
최근 리모델링 시장이 변화를 맞고 있다. [사진=장용준 기자]

컨슈머타임스=장용준 기자 | 지난해까지 잇단 부동산 규제로 인해 재개발, 재건축 등 전통적인 도시정비사업이 위축되는 사이 활성화됐던 리모델링 사업이 올 들어 주춤하는 모습이다. 새 정부가 부동산 경기침체 완화를 위해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선 영향이다. 이에 리모델링 추진 단지도 줄고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 마련도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진 데다 서울과 1기 수도권 신도시등에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일 한국리모델링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136곳 10만9986가구에 달했다. 이는 6개월 전인 지난해 6월에 (131곳‧10만48050가구)에 비해 불과 5곳 증가한 데 그친 수치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난 2019년 37곳(2만3935가구)에서 2020년(58곳‧4만3155가구)과 2021년(94곳‧6만9085가구)에 걸쳐 3배 이상 증가해 왔던 리모델링 사업이 정체기를 맞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리모델링 사업이 빠른 성장세를 보였던 것은 도시정비사업 대상이 되는 노후 공동주택 단지 가운데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새 정부 들어 이같은 흐름이 변화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여 해당 단지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안전진단 등의 규제를 사실상 완화하면서 도시정비사업의 주류가 다시 재건축 사업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인 66.7%를 확보가 이전보다 힘들어졌다는 조합의 하소연과도 맞닿아 있다. 여기에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서울과 수도권 도심의 경우 리모델링 사업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리모델링 활성화 공약을 내걸었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근 리모델링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세대 간 내력벽 철거 허용 문제'다. 문제가 되는 '내력벽'은 벽식 구조 건축물에서 건축물의 하중을 지탱하고 힘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다 보니 중요성이 강조돼 왔다. 특히 세대 간 내력벽은 세대 내 내력벽보다 두텁고 하중도 더 많이 지탱하기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철거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 단지와 협회, 업체 등은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존 리모델링 단지들은 전면 발코니를 기준으로 세로로 긴 구조가 많았지만 가구 간 내력벽 철거가 가능해지면 두 가구를 합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답변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지난 2015년 9월 국토부가 건설연에 용역을 발주한 '리모델링 시 내력벽 실험체 현장재하실험' 기한이 이미 지난해 말 마감됐지만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고, 평가도 다음달이나 돼서야 나올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지난 정부 시절로 시간을 되돌려 보면, 국토부는 2016년 1월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내력벽 철거를 일부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같은해 2월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어 5월 건설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내력벽 철거로 인해 하중을 더 많이 받는 기준 이하 'NG(No Good) 말뚝' 비율이 전체 말뚝의 10%(일부는 최대 20%)를 넘지 않는 선으로 허용 범위를 정하면서 기세를 탔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재검토'로 입장을 바꾼 후 지금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내력벽 철거 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커진 탓이다.

다만 이같이 리모델링이 정체기 혹은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리모델링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 사태 이후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주거환경 개선 욕구가 커졌고, 서울과 1기 수도권 신도시의 리모델링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영향이다.

일산의 한 리모델링 관계자는 "지난해 '수직증축'이 가능해진 것이 일산을 비롯한 1기 신도시 노후단지에 리모델링 활성화의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치1차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조감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대치1차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조감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앞서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대치1차현대아파트가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수직증축을 위한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면서 '국내 리모델링 수직증축 2호'가 된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동안 리모델링 사업은 수평·별동증축이 주를 이뤘고 이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노후단지들은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수직증축이라는 새로운 길이 열리면서 시장 확대의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 꼭대기에 2~3개층을 더 증축하는 리모델링 방식이다. 기존에는 암반을 기반으로 한 곳에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지금껏 활용성이 떨어졌으나 말뚝(파일)기초 아파트인 대치1차현대아파트가 수직증축이 가능해지면서 다른 비슷한 노후단지들도 대중화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대지면적이 좁았던 한 동 혹은 두 동짜리 일명 '나홀로 아파트' 등의 노후단지들은 수평면적을 확대하거나 새 건물을 짓는 별동증축이 아니라도 수직방향으로 층수를 늘려 가구수를 늘리고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의 자료를 살펴보면, 2030년 기준 세대증축형 리모델링의 수요가 서울시 전체 4217개 아파트단지 중 노후화로 인한 리모델링 고려 단지는 총 3096곳이라는 통계도 나온다.

이에 주요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시장 확대를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고, 1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들도 리모델링 전담조직과 인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리모델링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지만 주거환경 개선 욕구가 커진 데다 사업성이 높은 수직증축도 가능해져 리모델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시장 확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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