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시선] 내일은 늦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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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의 시선] 내일은 늦으리
  •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 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3년 01월 25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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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한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한 곳에 모여서 연합 앨범을 발매 했다. 환경보전에 관한 주제로 앨범은 '내일은 늦으리' 였고 타이틀 곡은 '더 늦기 전에' 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내일은 현실이 되고 있다. 인류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걱정했던 내일은 다가오고 말았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기후 변화다. 이제 우리가 아는 계절, 우리가 경험한 날씨는 더 이상 반복되지 않는다. 사막기후인 텍사스에 한파가 덮쳐 많은 사람들이 얼어 죽었고 사우디는 폭우로 홍수가 났다. 만년설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알프스 눈은 1년만에 녹아버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탓에 천연가스 부족을 걱정하면서 추운 겨울을 예상했던 유럽은 영상 10도 이상의 따뜻한 겨울에 잠시 안도를 했지만 마냥 즐거울 수는 없다. 1년사이에 이런 급격한 변화는 내년에도 급격한 변화를 암시하기에 두려움은 커진다.

각국의 대응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경제문제를 벗어나 생존의 문제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기존의 화석 에너지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평소 자주 만나는 에너지 전문 교수 한 분은 "신 재생 에너지는 실패할 것" 이라고 반복 주장했다. 이유는 경제성이라는 측면이다. 화석에너지는 아직 총 매장량을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며 절대 고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생존'이라는 변수 앞에서 무력하게 되었다. 경제성이 뒤떨어지더라도 신재생 에너지로 옮겨갈 수 밖에 없게 된 현실에 와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이미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유럽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신재생 비율이 90%다. 독일의 총 전력 중 재생에너지 비율이 2021년 기준 42%, 2030년에는 80%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은 현재 42%, 2030년 목표는 65%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5.8%이다.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이제부터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한국의 목표는 2030년까지 30%이다. 열심히 해서 만들어내고자 하는 목표가 30%인 것이다. 30%정도만 되도 대단한 거 아닌가? 우리가 기후 악당 미세먼지 악당으로 인식하는 중국이 현재 30%이다. 중국은 워낙 소비량이 많은 나라라서 비율은 30%이지만 신재생 에너지 생산량은 압도적으로 세계 1위이다.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이라 불리울 만 하다.

그래도 당장 먹고사는 게 급하니 비효율적이고 비싼 신재생을 마냥 늘일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도 제시된다. 세계의 규제를 만드는 서구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준비가 되면 탄소세나 무역 규제를 통하여 제재를 가할 것이 확실하다. 예를 들어 RE100(신재생 100%)기업 제품이 아니면 수입을 금지시킨다는 조치를 취한다고 보자. RE100을 달성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신재생 에너지 사용이 가능 한 나라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수원 공장에 쓸 전기를 신재생 전기로 수입해야 할 판이다.

생존을 생각하면 신재생, 경제성을 생각하면 화석이나 원자력 이라는 이분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생존 뿐 아니라 경제성에서도 신재생을 늦출 수 없다. 원자력이 싸고 태양열, 풍력이 비싸더라도 우리는 신재생 쪽으로 전환 할 수 밖에 없다. 내일은 늦으리 하고 걱정했던 내일은 벌써 와 버렸다. 이미 늦은 것이다. 이 시점에 우리에게 어울리는 말은 "늦었다고 생각 한 때가 가장 빠르다" 는 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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