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호의 IT밸리] '빼어난 고객 경험' 강조 LG U+…'고객 정보 유출' 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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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의 IT밸리] '빼어난 고객 경험' 강조 LG U+…'고객 정보 유출' 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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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윤호 기자|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빼어난 고객 경험'이 U+3.0 변화의 핵심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모든 사업의 기본이 되는 고객에게 집중해야 한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의 발언이다. 황 사장은 지난 2일 영상으로 임직원에게 전달한 2023년 신년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LG유플러스 측은 황 사장이 시무식에서 '고객'은 34회, '빼어남'은 10회 언급하며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집중하겠다던 황 사장의 다짐은 새해 초반부터 공염불(空念佛)이 됐다. 18만명에 달하는 LG유플러스 고객 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0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일부 고객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인지했다"며 "소중한 정보가 부적절하게 이용될 수 있으니 유의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이 고객 정보 유출 경위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이와 관련해 현장 조사에 나섰다.

LG유플러스의 고객 정보가 어떻게 유출된 건지, 그 경위를 조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아직 예측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확실한 것은 이번 사태로 인해 LG유플러스라는 기업 자체의 고객 신뢰도가 바닥을 찍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LG유플러스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G유플러스는 임직원 등의 메일 정보가 해킹돼 지난해 9월 개인정보위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6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LG유플러스 대리점 시스템의 개인정보 안전조치 모의테스트 수행 과정에서 가상 파일이 아닌 실제 개인정보 파일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돼 1200만원의 과태료를 냈다. 이번 사건 조사 결과에 따라 개인정보위로부터 다시 한 번 과징금을 부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처음은 '실수'로 치부하더라도 두 번, 세 번 반복된 정보 유출 사태는 실수가 아니다. 고객 기만이다.

첫 정보 유출 이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위도 이뤄지지 않은 모양새다. 정보 보호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이다.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정보 보호를 위한 투자액이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제일 적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2 정보보호 공시 현황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21년 LG유플러스는 정보 보호에 292억원을 썼다. KT(1021억원)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SK텔레콤(627억원)에 비해서는 절반도 안된다.

사내 정보보호인력 비중 또한 SK텔레콤, KT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보호산업진흥포털의 '정보보호 공시'를 보면 2021년 12월 31일 기준 LG유플러스의 정보보호 부문 전담인력 수는 총 91.2명으로 확인된다. 총 임직원 대비 3.9% 수준이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의 정보보호 전담인력은 1961명으로 총임직원 대비 7.8%를, KT는 각각 335.8명과 6.6%를 기록했다.

고객들은 말로만 '고객'을 외치는 기업을 원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 이후 LG유플러스 고객들은 단단히 뿔났다.

LG유플러스 한 고객은 "지난 7일부터 보험 문의 전화 등 스팸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며 "이제 어떻게 통신사(LG유플러스)를 믿고 내 정보를 제공하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고객은 "내 정보가 유출돼 악용될까봐 겁난다. 고객에 대한 철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다른 통신사로 옮길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유출된 LG유플러스의 고객 정보는 복제폰을 만들거나 보이스피싱에 이용당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안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LG유플러스는 "사건의 구체적인 원인, 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 수사 협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심려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이다.

황 사장이 임직원에게 전달한 신년 메시지에는 "빼어난 고객경험을 위해서는 '이런 데까지 신경 쓰네?'라는 고객 반응이 나올 정도로 사소해 보이는 영역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LG유플러스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해 고객들에게 긍정적 의미에서의 빼어난 경험을 선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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