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금융산책] 신협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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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의 금융산책] 신협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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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지훈 기자 | '채용 비리 의혹' 전국 최대 신협 압수수색이란 한 언론사의 단독 보도가 나오고 문득 오래전 유행했던 말이 떠올랐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이 말은 '개그콘서트'의 간판 코너 '불편한 진실'에서 개그맨 황현희가 어떤 말이나 행동, 현상을 비꼴 때 사용했다.

신협이 최근 대체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고객 아니 국민이 실망하게 하고 있다.

대구의 한 신용협동조합에서 채용 비리 의혹이 터졌다. 해당 신협 이사장은 대구·경북 다른 신협 전·현직 이사장 자녀 7명을 채용했다. 또한 그의 아들은 다른 신협 3곳을 옮겨가며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같으면 "채용 비리가 또 터졌네"라며 넘어갔겠지만 이번엔 한 광경이 떠오르며 분노했다. 며칠 전 저녁 술자리가 있어 노량진에 들렀다가 학원가를 지나게 됐다. 예전보다 썰렁해진 노량진 학원가지만 치열함이 엿보였다. 연말이라 들뜨기 나름인데 꿋꿋이 공부하고 귀가하는 공시생들을 보고 취기가 달아날 정도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은행원들 역시 공시생처럼 많은 공부를 하고 노력을 기울인다. 고객으로서 은행 창구에서 만나는 그들은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고 차지한 자리다. 그런 자리를 신협은 너무 쉬운 자리로 만들었다.

이번 신협 채용 비리 의혹은 결국 불신으로 자리할 수밖에 없다. 아니 불신에 불신을 더했다. 앞서 한 지역 신용협동조합이 고정금리로 판매된 대출상품 금리를 임의로 올리겠다고 차주들에게 통보했다가 철회하는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은행 관계자들에게 물었을 때 10명 중 10명은 "왜 그랬대?"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상식 밖의 일이라 관계자들도 오보로 생각할 정도였다. 설마가 사실로 밝혀진 일이다.

금리가 오르면 왜 차주들이 더 부담하고 고정금리를 하겠는가? 아니 은행이 왜 고정금리 대출을 받겠는가? 황당과 당황의 사이의 감정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해당 신협은 금리 인상 근거로 신용협동조합 여신거래기본약관을 들었는데 내용은 이렇다. 약관 3조를 보면 국가경제·금융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긴 경우 개별 통지에 의해 이자율을 인상·인하할 수 있다. 이를 이유로 고정금리를 올린 것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이 약관은 천재지변, 외환위기 같은 제한적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이지 현재 같은 상황(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등 금융환경이 변화)에서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철회하라고 지도했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 '무배당 신협고정금리저축공제' 대란이 터지기도 했다. 전국 신협 창구에선 이 상품에 가입하겠다고 고객이 한 번에 몰려 전산이 마비됐고 고객과 직원 모두 불편을 겪었다.

'사랑의 이해' 등 각종 드라마 협찬과 어부바송으로 고객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기 위해 노력해왔던 신협이다. 하지만 최근 신협의 행보를 보면 그 노력을 스스로 물거품이 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다.

부정적인 일들이 중첩돼 실망도 커지면서 내외부적으로도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신협도 다른 은행들이 추구하듯 '디지털과 내부통제'에 더 힘을 쏟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부족한 점을 보완해 2023년 더 나아진 신협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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