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시선] 우리를 지배한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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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의 시선] 우리를 지배한 숫자들
  •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 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2년 12월 26일 1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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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꽤 힘든 한 해였다. 연초 코로나는 아직 기승을 부렸고 과연 올 한해동안 코로나가 종식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우려가 있었다. 당시 코로나 확진자 수는 매일 매일 우리의 최대 관심사 였다. 다행히 한 해 동안 코로나는 어느정도 진정 되었고, 종식 까지는 아니지만 이제 위드코로나를 무리 없이 받아 들이고 있다. 아직 중국의 코로나 확산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지만 이제 하루 확진자 수는 더 이상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다른 숫자에 얽매이게 된다. 바로 금리, 이자율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금리가 아닌 저 멀리 태평양 건너 미국의 금리에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은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빅스텝이니 자이언트스텝이니 하며 성큼 성큼 걷는 동안 우리의 삶 또한 출렁이고 있다.

지난 정부 그렇게 노력을 해도 잡히지 않던 부동산 가격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이제는 폭락을 걱정할 시기가 되었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경착륙 하지 않고 연착륙 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 했고, 그 동안 금기시 되어왔던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도 풀기 시작했다.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내 집값이 미국사람 파월의 말 한마디에 출렁이는 것을 보게 되고, 집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도 전세값이나 월세가 변동하고 향후에 주택을 보유하기 위한 전략 설정에 변화를 주게 된다. 금리 인상은 주식가격을 짓누르고 있다.

직접투자자나 간접투자자들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본인이 주식을 1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영향을 받는다. 왜냐하면 봉급 생활자라면 누구나 가입하는 퇴직연금의 수익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 많은 보험 가입자의 적립금도 줄고 있다. 또한 대출이 있는 사람들, 마이너스 통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달이 나가는 이자의 변동에 한숨을 짓게 된다.

이제 우리의 가장 큰 관심 숫자는 미국의 이자율이 되어 버렸다. 미국의 금리를 신경쓰다 보니 다른 숫자들도 눈에 들어온다. 가장 중요한 숫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수이다. 오늘 우리가 먹을 저녁 장바구니 물가보다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더 눈길을 끄는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수가 올라가면 금리 인상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의 실업률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실업률이 올라가면 금리 인상이 진정되고, 미국의 실업률이 내려가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2022년 한 해 동안 미국의 금리가 그만 오르길 바랬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길 바랬으며, 미국의 실업률이 증가하길 바란 것이다. 이 숫자 앞에서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회사가 낸 매출과 이익은 아무 상관 없는 숫자가 되어 버렸다.

전 세계의 거대한 흐름앞에서 대한민국의 작은 상황들은 큰 호수에 조약돌 던지기에 불과한 것이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쏘아대는 것보다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러시아가 쏜 것인지 우크라이나가 쏜 것인지 여부가 우리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큰 흐름을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를 떠나서 상당히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 부족하기 때분이다.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 거대 경제 주체보다 턱없이 우리 같은 작은 경제주체들은 예측을 하는 것보다는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흐름이 언제 바뀌는지 예측하고 행동하기 보다는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빠르게 인지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새해부터는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기로 했다. 유일하게 새해가 되면서 나이가 줄어드는 신년이다. 나이라는 숫자가 작아지는 것에 묘한 감정이 든다. 새해에는 기분 좋은 숫자들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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