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금융산책]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에 고개 숙인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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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의 금융산책]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에 고개 숙인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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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지훈 기자] "요즘 금융권 낙하산 인사 장난 아니더라. 넌 어떻게 생각해?"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기자가 받은 질문이다. "관치금융" 이 한마디만 던졌다. 금융업 종사자도 아닌데 금융사와 금융기관의 수장 자리에 관심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코로나19 발발 초기 주식 투자를 하게 됐는데 이후 관심을 가지고 금융 관련 보도를 꾸준히 챙겨 봤어. 그런데 최근 들어 관료 출신 인사가 너무 거슬린다"

일반 회사에서도 '낙하산'은 출근 전부터 큰 관심을 받고 걱정이 앞서는 경우가 많은데 딱 그런 경우라고 한다. 회사는 어떻게든 운영되겠지만 관련 인사로 인해 회사에 미치는 긍정적인 요인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더 클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그런 것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금융권 종사자들도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초 3연임 도전을 자진 포기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보면서 리더로서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득 이 말이 뇌리를 스쳤다. 내막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 듣거나 읽었을 때 훈훈한 광경으로 받아들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칼을 쥔 자객처럼 냉정하다. 이는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조 회장의 용퇴를 치켜세움으로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를 재차 압박하는 발언으로 읽혔다.

앞서 정부의 관치금융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면서 금융권 안팎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기도 했다.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금융지주에는 인사 바람이 불어 닥친다. 이번 인사가 주목받는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첫 금융업계 수장자리를 가리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시작부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가 되는 결과물이 나왔다. NH농협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됐다. 업계에서는 손병환 현 회장의 연임을 예상했지만 관료 출신인 이 전 실장이 단독후보로 추천되면서 사실상 차기 회장에 확정됐다.

BNK금융지주는 외부 인사도 회장 후보가 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 논란이 있었고 IBK기업은행의 경우 정은보 전 금융위원장이 차기 은행장 후보로 오르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주요 금융지주 회장 등의 인사와 관련해 정부 개입 논란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이번 정부는 민간 중심을 내세웠고 IBK기업은행 같은 정부 은행은 (정부가) 하는 것"이라며 "민간은 민간 쪽에서 최대한 자율적으로 인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모순된 말이 아닌가 싶다. 김 금융위원장의 발언대로 민간 금융사에 자율성이 부여되는 날을 기다려본다.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와 같은 말이 흘러나오는 상황을 정부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를 위해 금융당국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민을 위한' 행보를 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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