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솔지의 잇사이트] 푸르밀 '분골쇄신' 자세로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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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솔지의 잇사이트] 푸르밀 '분골쇄신' 자세로 다시 한 번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2년 12월 14일 0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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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안솔지 기자] 푸르밀이 다시 한 번 신발끈을 질끈 동여맨다. 사업 종료를 선택할 만큼 벼랑 끝에 선 위기의 순간 두번째 생존의 기회가 주어진 덕분이다.

푸르밀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 개편을 통해 회사 경영을 정상 궤도에 올려 놓겠다는 구상안을 밝혔다.

신동환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영등포 본사에서 회사의 비전과 함께 흑자경영 달성을 위한 실천 과제를 발표했다. 신 대표는 앞으로 판매 제품을 매출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운영하고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생존을 위한 지표로 제시한 목표치는 월 매출 9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월 매출 150억원 대비 60% 수준이다.

푸르밀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시유'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거래처 경쟁이 치열한 시유 사업에서는 이익을 내기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신 OEM 상품 유치를 적극 확대하기로 했다. OEM은 이미 확보된 거래처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다. 푸르밀은 함께 상생해 나갈 수 있는 거래처 개발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철저하게 수익성 중심의 '선택과 집중'을 최우선 방침으로 채택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체질 개선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당장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자재 수급부터가 문제다. 푸르밀을 원유의 80%가량을 낙농진흥회에서 받아오고 있었는데 지난 10월 계약 종료 이후 현재 받지 않고 있다. 원자재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공장 가동부터 차질을 빚게 될 수밖에 없다.

갑작스러운 사업 종료 선언으로 업계를 '혼돈'에 빠뜨렸다가 이를 번복하면서 '푸르밀'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잃게된 것도 문제다. 푸르밀의 일방적인 사업 종료 선언에 새로운 거래처 물색에 나선 협력사들이 많은 만큼 이들과의 관계 정상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만 수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뿐만 아니라 야심차게 내세운 OEM 기반의 '선택과 집중' 방식이 현 시점에 통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푸르밀 뿐 아니라 많은 유업체들도 OEM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다. OEM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더라도 자체 브랜드 제품보다 수익성이 낮다는 점도 고심해야 할 지점이다.

신동환 대표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에도 아직 일러 보인다. 푸르밀이 사업 종료를 선언했을 당시 노조에서는 방만한 경영을 일삼은 오너 일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신동환 대표 취임 이후 매출액이 감소하고 영업손실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유업계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우유와 유제품에만 몰두한 것이 적자가 심화된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비전 선포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대한 내용은 쏙 빠졌다. 유업체들이 단백질 음료, 식물성 대체유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경영 정상화를 향한 푸르밀의 방향성에 의문이 드는 이유다.

푸르밀이 사업 종료 방침을 철회하고 다시금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 밑바탕에는 직원들의 뼈를 깎는 희생과 도움이 있었다. 노조가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30% 인력 구조조정에 동의한 것이다. 자금을 지원해준 주주와 푸르밀 제품을 사랑해 준 국민들의 지지도 힘이 됐다.

이처럼 푸르밀의 두 번째 기회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 속에 마련됐다. 푸르밀 오너는 소중한 기회를 얻은 만큼 '분골쇄신'의 자세로 쓴소리를 경청하고, 빠른 시일 내에 회사가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푸르밀 제품을 사랑해 달라는 호소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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