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의 블랙박스] 사전계약 대수, 흥행의 기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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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의 블랙박스] 사전계약 대수, 흥행의 기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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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찬우 기자] 사전계약이란 신차 출시 이전에 대기표를 뽑아 차를 인도받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신차 출고 대기가 늦어지고 있어 사전계약 대수가 급증하고 있다. 웬만한 차량이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걸리기 때문에 일단 계약을 하고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계는 신차 홍보를 할 때 사전계약 대수를 강조한다. 인기가 많은 차량이니 얼른 구매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사전계약 대수가 의미 있는 '흥행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사전계약 대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러나 이것이 모두 구매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신차 가운데 사전계약 대수가 저조한 모델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일단 계약을 걸고 보기 때문이다.

한 명의 소비자에게 사전계약의 한도는 없다. 그렇다고 선납금도 위약금도 없다. 구매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히 넣었다 뺄 수 있는 것이다.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모델을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 A씨의 첫 번째 선택지는 쌍용차 토레스다. 그런데 과연 A씨는 토레스에만 사전계약을 넣었을까? 토레스에 대한 열망이 강한 소비자가 아니라면 일단 비슷한 가격대, 성능의 차량에 대기표를 뽑았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자동차 커뮤니티를 살펴봐도 비슷한 급의 차종에 여러 계약을 걸어 놓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빚어지면서 차량 출고가 늦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은 빨리 나오는 차를 구매하는 경향이 커졌다. 만약 5개 모델에 계약을 걸었다가 그 중 1순위로 나오는 차량이 있다면 나머지 4개 모델의 계약은 사라지는 셈이다.

즉, 기업에서 홍보하는 사전계약 대수에는 많은 '허수'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경차 캐스퍼는 사전계약 대수와 실 구매 대수가 지난해 11월 기준 약 1만6000대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받았던 기대보다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인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에 뇌리에는 캐스퍼는 기록을 갈아치운 최고 인기차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사전계약 대수가 많은 것은 널리 알려졌지만, 취소가 40%에 육박한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와 자동차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소비자의 경우 시장을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입차의 경우 계약 금액과 실제 출시 이후 금액에 차액이 발생해 딜러, 소비자 모두 곤란해지기도 했다.

사전계약에 포함된 허수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출고 대기는 점점 길어지고, 출시 모델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에 특별한 제재가 생기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 대수는 말 그대로 계약일 뿐이다. 소비자들이 숫자 놀이에 속지 않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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