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고객님" 스팸전화 사실상 '스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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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고객님" 스팸전화 사실상 '스토커'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9월 05일 0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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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문자'는 양반" 소비자 불만 폭주… 대응책 '기지개'
   
 

중견기업 고위임원인 직장인 김모(서울 강남구)씨는 중요한 바이어와 만나고 있던 도중 걸려온 스팸전화만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갈 때쯤이면 어김없이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걸려와 말을 끊기 일쑤였던 것. 혹시나 회사업무와 관련된 전화일 수도 있어 무작정 피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걸려온 전화가 10건 이라면 8건 정도는 통신사나 카드사, 금융회사의 각종 상품광고였다. '더 이상 연락하지 마시라'고 쏘아붙여도 전화 거는 주체와 발신번호만 바뀔 뿐 걸려오는 스팸전화의 회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 '스팸문자' 막히니 '스팸전화'로 급선회

스팸전화가 최근 극성을 부리고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 큰 불만을 낳고 있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스팸전화는 주로 카드사와 금융권의 신상품 및 대출알선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SKT, KT, LG유플러스와 같은 통신사도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이 대열에 합류 하고 있다.

스마트폰 대중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스팸문자'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정교해 진데 따른 '우회술'이라는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KT에서 제공하는 아이폰만 하더라도 스팸문구와 스팸전화번호를 각각 200개씩 사용자 임의로 설정할 수 있다. 가령 '대출', '적립', '무료', '상담', '거부' 등의 문자를 입력해 놓으면 해당 단어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는 사용자에게 직접통보가 되지 않는다.

늦은 밤이나 새벽 '♥', '★', '♧'와 같은 이모티콘을 단어 속에 섞어 스팸문자로 걸러지지 않도록 하는 '꼼수업체'도 있으나 발신번호를 수신거부에 등록하는 수고만 감내하면 상당수 막을 수 있다.

즉, 문자를 통한 홍보효과가 크게 감소했다는 판단 하에 사람의 음성을 직접 전화홍보에 활용하는 쪽으로 각 업체들이 선회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여기에는 자동응답시스템(ARS)도 총망라돼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스팸문자에 비해 훨씬 번거로워진 것이 사실이다. 앞선 김씨 사례처럼 부재중 전화 또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 대한 호기심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느냐", "내 개인정보를 어디서 입수했느냐"는 물음에도 상당수 업체들은 '과거 회원으로 가입한 기록이 남아 있다'거나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다'는 식으로 응대하면서 전화를 끊는 경우가 허다하다.

통신업계에서는 스팸전화 수법이 워낙 다양해지고 있어 자체대응에 애를 먹고 있다는 현실적 고충이 나왔다.

   
 
◆ "송신인 미리 인지… 보이스피싱 예방에도 일조"

한 업체 관계자는 "스팸전화를 막을 수 있는 서비스가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거는 쪽에서 번호를 바꾸거나 숨기면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의 홍보성 전화발신이 가능해 (스팸전화를 모두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와 주목된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정희수 의원(한나라당)은 지난달 중순 수신인에게 전화송신 목적을 미리 밝혀 개인사생활 평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무분별한 스팸전화 차단과 보이스피싱 방지가 취지다.

정 의원은 "기업 등의 홍보∙광고성 전화가 수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송신돼 휴대전화 소지자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며 "송신인을 미리 인지하게 된다면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보이스피싱 예방에도 상당부분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보다 빠른 정책적, 실무적 행보에 대한 주문이 적지 않다.

직장인 장모씨는 "스팸문자는 스팸전화에 비하면 '양반'"이라며 "두 가지 모두 하루빨리 원인의 싹이 잘라지지 않으면 IT강국이라는 명성은 삽시간에 곤두박질 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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