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리의 시선] 우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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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의 시선] 우리는 누구인가
  • 오마리 패션디자이너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2년 11월 17일 0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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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는 도시에서 처음 낯선 삶을 시작했던 어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작년 봄 캐나다 동부 연안으로 삶터를 옮겼습니다. 역마살이 낀 팔자인지 북미에서만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닌 결과 30년 가까이 살던 토론토마저 떠나게 된 것입니다.

대서양을 지척에 끼고 있는 인구 7만의 작은 도시 세인트 존(Saint John)은 안개와 비가 자주 내립니다. 토론토에서 무려 1,500km의 거리로 캐나다 역사상 최초의 도시입니다. 비록 가난한 주정부이고 어려운 시청 살림살이이지만, 바다 강이 가까이 있고 바위와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섬들과 호수, 아름다운 공원이 시민들의 행복지수를 올려주는 200년이 넘은 역사 도시입니다. 원래 프랑스인들이 최초로 정착했던 곳이라 영어 불어를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던 2021년 5월 이삿짐을 운송센터에 맡기고 3일을 운전하여 이곳에 도착한 후 꼬박 만 14일을 호텔에 격리되어 있었습니다. 매일 맛도 별로인 호텔 양식 세 끼에 고달팠지요. 그나마 호텔 창으로 대서양 바다를 매일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앉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먼저 와서 거주하고 있던 지인에게 한국 음식을 부탁했더니 시내에 간단한 한국 음식을 하는 식당이 있었던지 포장음식을 보내왔습니다.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허겁지겁 열어본 나는 과장하자면 기절을 할 지경, 태어난 이래 먹어본 한국 음식 중 최악의 것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잡채 불고기 덮밥이라고 시킨 것이, 잡채는 당면뿐 당근 양파는 가는 두세 조각이 얹혀 있고 고기는 실종 상태, 불고기라고는 이름뿐 아무것도 없이 볶음이나 나물 음식에 넣을 때 쓰는 다져진 소고기였습니다. 그런 음식을 이곳, 그것도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 시내 중심가 역사가 있는 건물 마킷플레이스(MARKET place)에서 한국인이 팔고 있는 것입니다.

뉴 브룬스윅 주의 시골 사람들이라서 뭣 모르고 사먹지 비싼 가격에 그런 음식을 판다니 양심 없는 일이 아닌가요. 한국을, 한국 음식을 망신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음식에 대한 기본조차 모르는 한국인들이 이곳에서 돈만 벌고 영주권만 받고 언젠가는 토론토나 밴쿠버 같은 대도시로 떠나겠다는 심보였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지요. 단지 이들은 한국을 벗어나 살고 싶어 온 사람들로만 보입니다.

 

뉴 브룬스윅 주 대서양 펀디 국립공원 (썰물인 상태)
뉴 브룬스윅 주 대서양 펀디 국립공원

이민을 하고자 하는 중국계 한국계 필리핀계 아시아인들이 대서양 연안의 주들에 점차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캐나다 영주권 발급받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끔 눈에 띄는 한국인 경영의 작은 숍들을 들여다보는 경우가 있었는데, 오십년 전에 미국에서 보았던 한국인들의 가게보다도 더 열악하고 손님에 대한, 특히 같은 한인 동족에 대한 불친절은 물론인 데다 한국 식품 가격은 온타리오주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비싸고 품질도 형편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국 식품보다는 캐나다 식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여기에 온 이후 한국의 유튜브 혹은 디지털 신문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자연이 아름다운 이곳으로 왔지만 한국 소식을 들을 때마다 화가 치미는 때가 많아집니다. 이상한 나라가 되어가는 모국의 모습을 바라보며 걱정을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불편한 언어, 희한한 일들, 사건들이 매일 벌어집니다. 비윤리적이고 폭력적이며 거짓으로 점철된 언어 내용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합니다. 여기에서는 일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것들입니다.

한국인의 긍정적인 면도 많고 모든 한국인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요즘 겪는 한국의 사회상과 일평생 내가 만나고 겪은 한국인들을 생각해보면 부정적인 면 또한 많다는 것입니다. 비리와 부패 그리고 내로남불의 정서가 팽배한 것도 무뎌진 도덕성 탓인지, 한국의 요즘 상황을 보면 권력과 일신상의 편의를 위해서 국민을 배신하고 속이는, 거짓말을 눈 한 번 깜빡 않고 하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 같습니다. 그런 세력을 믿고 거짓 선동과 현란한 말에 매료당해 속아 넘어가는 세대들이 많다면 이성과 판단력을 잃은 그들이 이끌어 갈 한국의 운명은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있다는 것이지요.

BTS가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고 K-드라마, K-POP, 이젠 K-FOOD까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의 정치와 사회상은 80년대의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민주주의라는 탈을 쓴 방종과 거짓이 정의와 진실처럼 호도되고 그 와중에 국민 정서는 얽히고설키어 지역 갈등과 세대 갈등, 젠더 갈등으로 갈라치기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유례없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이 노벨 문학상 작가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처럼 디스토피아가 되어가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만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번 국군의 날의 행사를 유튜브로 보며 우리 국군의 국가 수호의 굳은 의지를 확인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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