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욱의 시선] 2030년 부산 엑스포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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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욱의 시선] 2030년 부산 엑스포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 천주욱 창의력 연구소장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2년 11월 10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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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부산 월드엑스포 유치는 꼭 성공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가 열심히 뛰고 있다. 

얼마 전부터 삼성 현대차 SK LG 한화 포스코 롯데 등 우리 나라 거의 모든 대기업이 총동원되어 2030년 월드엑스포의 부산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 서울올림픽이나 평창동계올림픽 한일월드컵 이상으로 뜨거운 분위기다.

그런데 월드엑스포 유치전에서 부산이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분석들이 있다.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가 막강한 경쟁자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경쟁에서 다소 약해 보이지만 뒷심을 발휘할지도 모르는 로마가 경쟁자라는 것이다.

먼저 개최지 결정 절차를 보면, 금년 12월 국제엑스포위원회(BIE) 170개 회원국대표들이 파리 BIE본부에서 부산 리야드 로마, 세 도시의 구체적인 개최의향과 준비사항 등에 대한 발표를 듣고, 내년 3월 3개 도시 현지실사, 6월에 또 한 차례 발표와 11월 현장실사를 한다. 그리고는 내년 12월 회원국 투표로 개최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부산시가 유치하고자 하는 월드엑스포는 5년마다 열리는 규모가 큰 엑스포다. (이렇게 규모가 큰 엑스포를 공식용어로는 등록엑스포(Registered Exhibition)라고 하는데 이하 이 글에서는 그냥 엑스포라고 적는다.) 그런데 2025년 일본 오사카에서 같은 종류의 엑스포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5년 후 오사카 다음 차례인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부산이 선정되기에는 다소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시실, 2025년 오사카 개최지를 포함하면, 2000년 이후 총 여섯 차례 엑스포 개최지 중 일본 아이치현, 중국 상하이 및 오사카, 세 곳이 동북아 도시라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또 다시 오사카와 가까운 동북아 도시 부산이 엑스포 개최지가 된다는 것은 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로마가 '엑스포 개최지의 동북아 치우침현상'을 부각하면서 지역안배를 강하게 들고 나오면 명분 상으로는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로마가 유리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로마는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다.

경쟁에 뛰어 든 사우디는 리야드市 엑스포 유치위원장이 그 유명한 MBS(모하마드 빈 살만: Mohammed bin Salman)다. 막강한 사우디 왕세자이자 전세계에서 가장 젊은 실세 총리(37세)다.

MBS는 세계 최대 석유매장량, 석유시장 영향력 그리고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전쟁과 세계적인 경기침체 때문에 사우디의 석유증산과 석유가 인하를 요청하는 바이든 미대통령 전화도 안 받을 정도다.

1932년 사우디 건국 이후 사우디는 미국 군사력의 비호 아래 항상 미국과 함께 했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 부탁을 아예 전화도 안 받을 정도로 거절한 사람은 MBS가 사우디 역사 상 처음이다. 

37세의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MBS)
37세의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MBS)

1980년 이전까지 중동에서 러시아의 남하를 막는 최종 남하저지선은 전통적인 친미국가 이란이었다. 그런데 1979년 이란이 이슬람혁명으로 반미국가가 되면서 사우디가 그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MBS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미국은 인권을 내세우면서 양국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은 궁극적으로 사우디의 석유와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일부 희생을 각오하고라도 사우디를 꼭 잡아야 한다. 만일 사우디가 중국이나 러시아 편에 붙으면 미국은 중동 전체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MBS가 기를 쓰고 2030년 엑스포를 리야드로 유치하겠다고 하면, 지금은 일시적으로 양국 관계가 다소 삐걱거리지만 결국 미국은 사우디를 끌어안기 위해서라도 2030년 엑스포가 리야드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국제엑스포위원회(BIE) 회원국들에게 미국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MBS는 2016년 'Saudi Vision 2030'이라는 엄청난 국가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금세기가 끝나기 전에 고갈될지도 모르는 사우디의 석유자원 이후 시대를 대비하여 지금 돈이 있을 때 사우디를 최첨단기술을 총동원하여 세계적인 첨단혁신국가로 변모시키는 대대적인 국가개조전략이자 국가차원의 세계 최대 프로젝트다.

그 일환으로 MBS는 몇 년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했던 방식으로 자기가 직접 나서서 원고도 보지 않고 NEOM이라는 최첨단신도시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당시 인구의 37%나 되는 30대 이하 사우디 젊은이들은 모두 열광했다고 하며, 많은 사우디국민들의 대대적인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NEOM 프로젝트를 직접 설명하는 마하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
NEOM 프로젝트를 직접 설명하는 마하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

 '사우디 비전 2030' 내용을 보면, 총 5,000억불을 투자하여 홍해 가까운 사막에서부터 일직선으로 길이 170km, 폭 2km, 높이 500m, 서울 면적의 44배나 되는 세계 최대 건축물의 최첨단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NEOM 안에는 사막도 있고 바위산과 계곡도 있다.

NEOM에는 온갖 최첨단기술을 총동원하여 자동차가 없고, 도로도 없으며, 대형드론이 이동수단이 되고, 인공 달이 떠 있으며, 석유 등 기존 에너지는 아예 사용하지 않고, 어디서든지 5분 이내 직장과 학교와 가정에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도시 등 인간의 상상력을 총동원한 인구 200만의 최첨단신도시, 'NEOM City' 또는 'The Line'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NEOM 뿐만 아니다.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여 세계적인 생명공학 신소재 전기차 스마트디지털 패션 의료 등 산업의 연구소나 공장은 물론이고 초대규모의 복합문화공간 테마파크 리조트단지 그리고 중동의 금융허브 교육허브 기술허브 대학허브 등을 만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이렇게 수 많은 세계 최대 최고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MBS의 행동패턴이나 의사결정과정을 보면 마음에 안 드는 나라나 기업은 설령 어떤 비난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능히 그런 프로젝트 입찰이나 협력방안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서유럽국가들은 러시아산 가스나 석유에 의존도가 높아서는 국가의 에너지수급 문제는 물론이고 국가존망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우디는 더 중요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2020년 인접한 두바이가 벌써 엑스포를 개최했다는 사실이다. 사우디로서는 작은 나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가 엑스포를 벌써 개최한 것 자체가 비교되는 것이다.

그런데 MBS 자신이 강력한 의지로 자기가 직접 나서서 사우디 전국민을 대상으로 2030년 엑스포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것이 불가능하게 되면 MBS 자신의 권위에 큰 흠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국가 통치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몇 가지 점에서 사우디, 아니, MBS가 발 벗고 나서서 작심하고 2030년 엑스포의 리야드 유치협조요청을 하게 되면 전세계 어느 나라가 MBS의 그 협조요청을 거절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부산의 엑스포 유치는 힘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우리 대한민국 정부와 부산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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