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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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2년 09월 13일 0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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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물'에 대한 존중 바탕으로 F&B산업 선순환 구조 만든다

[컨슈머타임스 안솔지 기자] "리하베스트는 '우리가 수확한 것을 존중하라(Respect the harvest)'는 뜻입니다"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리하베스트 민명준 대표는 이 한 마디로 리하베스트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단순명료하게 정의했다.

그는 현재 발생하는 식품 부산물들은 산업화의 잔재라고 표현했다. 예컨대, 예전에는 사과를 통째로 먹었기 때문에 부산물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사과에서 필요한 성분만 짜서 쓰다보니 부산물이 생기고 이를 활용할 길이 없어 폐기물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리하베스트는 필요한 것만 취하지 말고 식품 부산물에서 나오는 원료 자체를 다듬어 순환자원으로 활용하자고 말한다. 이를 위해 '푸드 업사이클링'이라는 새로운 개념도 제시했다.

국내 최초를 자부하며 낯선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를 만났다.

Q. '리하베스트'가 어떤 회사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 리하베스트는 국내 최초로 '푸드'와 '업사이클'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푸드업사이클협회(UFA)에 아시아 최초로 등재돼 있기도 합니다. '업사이클(Upcycle)'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예요. 제품에 아이디어와 가치를 더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창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푸드 업사이클은 식품 부문에서 업사이클을 창출해낸다는 뜻입니다.

리하베스트는 식품 부산물을 업사이클해 탄소배출 저감과 식품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식품 부산물을 업사이클한다는 개념이 굉장히 생소합니다. 식품 부산물의 공정 과정은 어떻게 이뤄집니까?

== 리하베스트는 맥주와 식혜를 만드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보리 부산물에 자체 기술을 더해 '리너지 가루'라는 대체 제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식품 부산물은 기본적으로 젖어있거나 뜨거운 상태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생물이 발생하기엔 최적의 조건이 형성됩니다. 리하베스트에서 식품 부산물을 업사이클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생물을 없애면서 제품의 영양성분을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저희는 식품 부산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건조와 살균 방식을 달리 하는 등 부산물의 상태에 최적화된 공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효과적으로 미생물 관리를 하면서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죠. 이 기술은 '피드백 방식'이라고 하는데 근 100년간 변함없던 우리 나라의 제분 기술에서 한 발 나아간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Q. 맥주와 식혜 부산물을 통해 만들어지는 '리너지 가루'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 '리너지 가루'는 기존 저부가가치 또는 폐기되던 맥주 및 식혜 부산물을 주 원료로 한 대체 제분입니다. 귀리나 메밀가루가 밀가루를 대체하는 것처럼 대체 제분 영역에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리너지 가루는 뛰어난 영양성분과 원가 경쟁력, 친환경 3박자를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보리에서 탄수화물과 당을 추출해 맥주를 만들고 나면 식이섬유와 단백질만 남게됩니다. 탄수화물과 당이 빠져버리니 남은 부산물엔 건강한 원료들만 남을 수 밖에 없는 셈이죠. 리너지 가루는 여기에 혁신 기술을 적용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영양성분을 풍성하게 보유하게 됩니다. 밀가루나 다른 대체 제분과 비교했을 때 단백질은 2배, 식이섬유는 20배를 함유하고 있으며 칼로리는 30% 낮습니다.

리너지 가루는 탄소배출 및 폐기물 발생 저감, 물 사용량 감소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합니다. LCA(life cycle assesment) 환경평가 방법론에 따르면 리너지 가루 1kg 당 11kg의 탄소배출 저감, 물 사용량 3.7톤 저감 효과가 있습니다.

Q.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면서 사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 사업 초반에는 식품 부산물에 대한 인식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리하베스트는 B2B(기업 간 거래)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제조사들은 굉장히 보수적인 경향이 크기 때문에 초반 분위기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ESG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조금씩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ESG 집중 펀드들이 생기면서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빠른 성장의 발판이 됐습니다.

대기업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되다 보니 OB맥주, 미스터피자, 뚜레쥬르, CJ 등 대기업들과의 협업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리하베스트가 2019년 8월 3명이서 설립을 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직원 26명에 공장까지 보유하고 있고 대기업과도 함께 일을 하고 있으니 ESG 덕분에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Q. 식품 부산물에 대한 인식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었습니까? 

== 초반에는 '찌꺼기', '쓰레기'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습니다. 왜 인간 사료를 만들어 사육하려고 하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럴 땐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습니다.

사업을 한 지 3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인식이 많이 개선됐습니다.

우선 푸드 업사이클링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검색 수치가 급증했다는 것을 보면서 수치적으로도 식품 부산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종종 강연을 나가 질의응답을 할 때면 식품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서 얼마나 탄소 저감을 할 수 있는지, 환경에는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인식 문제가 많이 개선됐다는 것을 몸소 느낍니다.

리너지바.

Q. 현재는 맥주와 식혜 부산물을 활용한 대체 식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식품 부산물의 범위를 확장할 계획도 있습니까?

== 곡물 기반의 부산물은 현재 대부분 가능합니다. 들기름·참기름 부산물을 활용한 파이프라인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동물성 부산물 부분은 아직 개발이 더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닭의 간, 참치의 뼈 등 동물성 부산물을 활용한 푸드 업사이클링 영역을 개척해 나갈 예정입니다.

지금까지는 리너지 가루를 활용해 미스터피자와 피자 도우도 만들고 OB맥주와 한맥 크래커 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기업 브랜딩 차원에서 리너지바, 리너지 그래놀라, 리너지 쉐이크, 헤이쫀(쫀드기) 등도 선보였습니다. 식품 부산물 영역을 넓혀가면서 이러한 제품군도 늘릴 계획입니다.

대체 제분에 이어 대체 우유, 버터, 치즈 등의 제품을 내년 말쯤 출시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체 식품을 찾는 소비자의 70%는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리하베스트의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들은 친환경 가치가 극대화돼 있는 만큼 소비자 반응도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리하베스트가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 스타트업 성공의 척도는 '세상을 얼마나 바꾸었냐'라고 생각합니다. 리하베스트 역시 푸드업사이클링을 통해 F&B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는?

민명준 대표는 미국 페퍼다인대학교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글로벌 MBA 과정을 거쳐 암젠(Amgen), IMT 캐피털, PWC 삼일회계법인 등을 두루 거쳤다. 일에만 몰두하던 중 초기 대장암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치료를 하면서 '진짜 행복한 일, 세상에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식품 대기업 컨설팅을 하면서 식품 부산물에 대해 알게 됐다. 이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리하베스트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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