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시선] 허준이 교수와 엘레나 리바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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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의 시선] 허준이 교수와 엘레나 리바키나
  •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 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2년 07월 12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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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필즈상을 수상하여 뉴스의 헤드라인을 가득 메웠다. 대한민국의 쾌거라고 생각하고 온 국민이 자기 일 처럼 기뻐하였다. 그러나 허준이 교수의 국적은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이다. 허교수는 다른 미국 국적자와는 달리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에서 보냈고, 그의 정체성도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이다.

여기서 약간의 의문이 든다. 허준이 교수가 미국 국적자라는 것이 우리도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자부심에 장애가 될까? 한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그의 국적일까? 외모일까? 아니면 그 안에 담겨있는 정신인 것일까? 일단 같은 동족이 필즈 상을 수상했다고 자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울타리를 세우고 내편 네편을 나누는 것이 본성이다. 내편이 잘 되면 좋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허준이 교수는 비록 국적은 미국이지만 그의 정체성은 한국이다. 그도 그의 정체성이 한국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비록 그는 현재 미국 대학에서 근무하지만 그것은 그의 자유로운 선택의 영역이다. 그가 한민족임에는 변함이 없고, 한국도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했다고 자랑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허준이 교수의 국적은 우리가 자부심을 갖는데에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최근 영국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카자흐스탄의 엘레나 리바키나가 우승했다. 이는 허준이 교수와는 반대의 상황이다. 엘레나 리바키나의 정체성은 러시아이다. 불과 4년 전 카자흐스탄으로 귀화를 했을 뿐이다. 전통적인 테니스 강국 러시아에서 1.5군 급의 선수들을 카자흐스탄이 정책적으로 귀화를 시켜 지원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러시아 선수의 출전이 금지 되었다. 엘레나 리바키나는 우승 직후 첫 소감으로 나는 카자흐스탄 선수이다. 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미국국적의 허준이 교수의 쾌거에 환호한 것처럼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 국적이지만 자국 출신 선수의 우승에 환호했을까?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러시아는 그다지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선수 본인이 자신은 러시아 선수가 아니다 라고 선언을 했는데 러시아가 자랑스러워 한다면 우스운 일이 될 것이다.

스포츠 계에서 러시아 선수의 퇴출은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앞으로 보다 많은 러시아 스포츠 스타들의 탈 러시아 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엘레나 리바키나 선수는 아직은 러시아의 정체성을 완전히 벗지는 못 했지만 앞으로는 완전한 카자흐스탄 선수가 될 것이다.

같은 종족인가를 따질 때에 중요한 것은 국적이 아니라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의지이다. 세계화된 세상에서 국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른 국적의 사람이라도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처럼 생각한다면 같은 한국인으로 보아야 하는 시대가 아닐까?

반대로 한국 국적을 지녔더라도 한국인임을 스스로 거부한다면 굳이 그를 한국인에 포함시킬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 세계화가 더 가속화 된다면 이렇게 종족을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현재는 그 어떤 사회에서도 국적이 아닌 개인의 정체성으로 규정되는 종족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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