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B 물가대책 '언 발에 오줌 누기'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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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MB 물가대책 '언 발에 오줌 누기' 반복
  • 김한나 기자 hanna@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8월 08일 0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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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가정 식탁이 부실해지고 월급쟁이 직장인들의 점심은 점점 볼품없어 지고 있다.

기름값은 자고 일어나면 올라있고 폭우 때문에 채소값은 고기값을 뛰어 넘을 기세다. 서민가계에 먹구름 정도가 아니라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기존 공식 물가 지수인 소비자물가지수 외에 서민 생활과 밀접한 배추, 고등어, 등유 등 52 개 품목을 별도 선정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MB물가'다.

그러나 소비자물가가 3년간 12% 오르는 동안 MB물가는 오히려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20%를 넘어섰다. 안정은커녕 나날이 치솟고 있는 탓에 불만만 확산된 꼴이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MB물가는 지난 3년간 30%이상 오른 품목이 10개, 15% 이상 오른 품목이 25개, 9% 이상 오른 품목이 37개로 나타났다.

특히 배추는 114%, 마늘은 89%, 고등어는 74%, 돼지고기는 62% 상승했다. 이 품목들은 모두 '금값처럼 비싸다'는 뜻으로 '금배추', '금등어', '금겹살' 등의 신조어를 양산했다. 오히려 MB물가지수에 포함되면 값이 폭등한다는 징크스가 생겼을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7월 소비자물가가 4.7% 올라 7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두고 이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던 '747'(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도약)이 엉뚱한 곳에서 달성됐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그런데도 MB물가는 거침이 없다. 지난달 20일에는 결국 MB물가지수 중 또 다시 주요 생필품 10여개를 선정한 MB물가지수 '시즌2'격인 이른바 '뉴MB물가지수'까지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5일 '착한물가 닷컴'이라는 홈페이지를 구축,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물가잡기' 아이디어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설문지 방식으로 경제학자 등 경제전문가들에게 '물가 낮추기'와 관련된 의견을 설문 조사 중이다.

경제 좀 안다는 '브레인'들이 모인 정부에서 오히려 국민들에게 지혜를 구한다니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더구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범국민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수집에 들어간 내면에는 그간 정부의 '물가잡기'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초조함이 묻어나 어딘가 씁쓸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정부의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에 있다. 물가는 환율, 금리, 조세 등이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는 뜻이다.

정부의 압박으로 한시적으로 내려간 기름값이 서민들이 체감하기도 전에 제자리로 돌아섰던 것이 대표적인 '안 좋은' 예다.

억압됐던 기름값은 할인을 약속한 기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지 않은가.

그간 '급한 불 끄기'식으로 진행했던 MB물가는 실패했다고 통계들이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이제는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할 때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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