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은의 금융노트] 농협 직원들의 잇단 횡령과 농협중앙회의 '안일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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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은의 금융노트] 농협 직원들의 잇단 횡령과 농협중앙회의 '안일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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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하은 기자] 이른바 '농민 금융사'로 통칭되는 농협에서 잇단 임직원 횡령 사건이 발생해 심각한 '모럴헤저드' 논란이 일고 있다. 

농민들의 피와 땀으로 세워진 농협이 내부 통제 부실 탓에 이같은 횡령 사고가 줄을 잇고 있지만 그보다 더 아쉬운 건 농협중앙회의 안일한 대처다. 

최근 경기 광주시 한 지역농협 직원이 도박빚을 메우려 회삿돈 50억원을 빼돌린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자금 출납 업무를 수행하며 차명계좌로 공금을 수십여차례 송금하는 방식으로 50억원에 달하는 횡령을 감행했다. 그는 횡령한 금액 대부분을 스포츠토토 구매 등 도박 자금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경남 창녕의 한 지역농협 간부급 직원이 내부 전산시스템을 조작해 고객 돈 9800만원 상당을 횡령했다가 적발됐으며 4월에도 경남 진주의 한 지역농협에서 근무하던 과장급 직원이 2년여에 걸쳐 농민 돈 5800여만원을 횡령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3차례 사건들은 단 두 달여 만에 발생한 것으로 감시 기관인 농협중앙회의 내부 통제 부실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사태를 수습하는 농협중앙회의 태도에 있다. 농협중앙회는 각 지역농협의 금융사고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러나 중앙회는 이들 횡령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횡령 당사자인 직원을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하지 않고 권고사직 형태로 퇴직시키려 했다. 또한 자체적인 감사조차 시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엄격한 관리감독을 수행해야 할 중앙회가 이번 횡령 사건들을 계기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기는커녕 행여나 횡령 사건이 외부로 새어나갈까 쉬쉬하는 등 축소·은폐하려 했던 것이다. 농민들의 자산을 지켜줘야 할 농협이 고객 돈을 빼돌린 횡령 사고를 내부적으로 유야무야 종결시키려고 했다니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농협중앙회가 내부통제 시스템을 수시 점검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 경영 캠페인을 벌이며 금융사고 근절에 나선다고 해도 개인의 일탈을 사전에 인지하고 예방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신뢰가 생명인 금융기관 특성상 농협중앙회는 횡령 사건을 먼저 수사기관에 알리고 강도 높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게 맞다. 

단순히 이미지 제고를 위해 횡령 사건을 공론화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무마하려 한 농협중앙회의 안일한 대응은 농민들의 눈에서 피눈물만 흘리게 한 셈이다.  

농협중앙회가 바닥에 떨어진 신용을 되찾기 위해선 금융사고를 감추는 데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피땀 어린 자산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개선하고 강화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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