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빌더' 현대重그룹, 정유‧조선 이어 친환경‧항공우주로 '초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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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빌더' 현대重그룹, 정유‧조선 이어 친환경‧항공우주로 '초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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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사장

[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최근 조선 관련 그룹사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기술전략위원회를 열고 조선사업의 새로운 50년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기술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주력인 정유‧조선업이 호실적을 거두며 안정화에 접어들어 '초격차'에 대한 의지도 더 단단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제 주력 부문 안정화에 이어 '발사대시스템' 제작 및 구축에 기여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프로젝트의 성공과 더불어 항공우주산업도 주목받고 있고, 새롭게 통합한 건설기계도 탄소중립과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 '퓨처빌더'를 실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매출액이 전년동기에 비해 20.31% 증가한 7518억88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분기보다도 18.36% 증가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을 보이는 건 역시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다. 6월 현재 올해 수주 목표 174억4000만달러 가운데 77.6%(111척, 135억4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유럽 소재 선사와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건조 계약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룹은 지난 17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관과 서울사무소에서 화상회의 방식으로 기술전략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기선 HD현대 사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 등이 모두 참석했던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조선사업의 최신 시장·기술 동향을 공유하고 신(新)기술·신선종·신시장 등 조선사업 관련 프로젝트의 선정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룹 차원의 대형 연구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신규 CEO 프로젝트 선정과 기존 CEO 프로젝트의 진행 현황을 점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그리스 아테네 포시도니아 조선해양 박람회에 참여해 글로벌 선주와 해운사 경영진 등과 교류한 것을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했을 것"이라며 "최근 에너지 산업 동향과 조선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LNG 운반선 시장 동향과 초격차 확보가 주논의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의 LNG 운반선 대량 발주 프로젝트까지 시작되면서 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사들의 순항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지주사인 HD현대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상향 조정하고, 등급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한 것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연초부터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조선과 더불어 양대축인 정유부문 현대오일뱅크의 실적이 탄탄대로라는 것도 주요한 요인이다. 연말로 예상되는 추후 기업공개(IPO)을 통해 HD현대의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현대건설기계 울산 공장.

이같이 주력사들이 안정적 성장과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외 부문의 성장도 눈에 띈다.

특히 건설기계부문은 지난해 8월 두산인프라코어(現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룹 매출의 12%에 그치는 비중이었다. 건설기계 하지만 인수 이후 그룹 내 비중은 20%까지 상승하면서 커져가고 있다.

그룹의 건설기계부문 3사(현대제뉴인, 현대건설기계,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주요 키워드는 '2050 탄소중립'이라고 할 수 있다. 2050년까지 국내외 전 사업장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11월 국내 건설장비 업계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이어 올 들어 이달 15일 건설기계 지주사인 현대제뉴인과 계열사 현대건설기계도 로드맵 수립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것이다.

특히 현대건설기계는 '사업장 탄소중립을 위한 실행방안'과 '친환경 제품 비즈니스 전략'을 담은 기후변화 대응 관련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국내 생산공장은 물론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전 세계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최철곤 현대건설기계 사장은 "친환경 사업장 구축을 위해 2000억원이 투입되는 울산공장 선진화 사업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사인 현대제뉴인도 올해부터 기후환경 대응 전략을 수립해 사업장 에너지 관리체계를 고도화하고, 재생에너지 구매 등을 통해 2050년까지 사업장 내 탄소중립을 달성할 방침이다.

한신평은 "그룹 내 정유 및 조선업 의존도가 완화돼 그룹 전반의 사업포트폴리오가 강화됐다"면서 "건설기계 부문의 국내외 지위 상승, 추가 생산 및 판매거점 확보를 통한 영업기반 확충 등 사업적 측면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가장 공을 들였던 대우조선 인수 불발이 오히려 HD현대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신평은 "주요 계열사 대비 상대적으로 열위한 대우조선이 편입되지 않게 돼 잠재적 재무부담이 해소됐다"며 "조선부문 의존도가 심화되지 않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이 누리호 발사를 위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구축한 한국형 발사대시스템.

이밖에 최근 현대중공업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른 것은 '누리호 발사 성공'과 '항공우주산업'이다.

현대중공업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의 '발사대시스템' 제작 및 구축으로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에 큰 기여를 했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지난 2013년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Ⅰ)' 발사대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누리호 발사를 위한 '한국형 발사대시스템'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기존 나로호 발사대(제 1발사대)를 사용할 수 없어 누리호 발사대시스템(제 2발사대)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현대중공업은 제2발사대 기반시설 공사(토목, 건축)와 더불어 발사대 지상기계설비(MGSE), 발사대 추진제공급설비(FGSE), 발사대 발사관제설비(EGSE)까지 발사대 시스템 전반을 독자 기술로 설계, 제작, 설치하고, 발사 운용까지 맡았다. 뿐만 아니라 지상기계설비로 제1발사대에는 없던 46m 높이의 철골 구조물인 엄빌리칼 타워를 추가로 만들었다.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현대중공업이 주목받은 이유다. 특히 발사대시스템 공정기술의 국산화율을 100%로 끌어올려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에 기여해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기술력 향상에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이 확장돼 가는 현대중공업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현대중공업의 행보는 새로워진 리더십과 연관이 있다"면서 "정기선 사장이 오너로서 미래 청사진을 진두지휘하는 시점에서 성과가 어디서 나올 지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내다봤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 2022'에 직접 참가해 "세계가 성장하는데 토대를 구축해 온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난 50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다가올 50년은 세계 최고의 '퓨처 빌더'(미래 개척자)가 돼 더 지속가능하고 더 똑똑하며 더 포용적인,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사장이 주창한 퓨처 빌더는 미래먹거리 개척이며, 핵심은 압도적 기술력을 확보한 조선사업과 수소와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비(非)조선사업으로 구분된다.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한신평이 짚었듯 대우조선해양 인수대금으로 마련해 둔 1조5000억원이다. 이 자금이 신사업에 투입할 총알이 돼 정 사장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돕고 있는 셈이다.

지주사 이름을 현대중공업지주에서 HD현대로 변경한 것도 미래 사업분야의 신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키워나가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선택이 성과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50년의 현대중공업을 초격차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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