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금융산책] '제2의 루나 방지' 구체적 대안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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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의 금융산책] '제2의 루나 방지' 구체적 대안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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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지훈 기자] "요즘 밥이 넘어가지 않아, 투자한 코인들 수익률이 마이너스 60% 넘어섰다"

"내 앞에서 할 말은 아닌 거 같다. 부인 몰래 루나 코인 샀었다 어쩌냐"

최근 필자와 친구가 나눈 대화로 근래 가파르게 하락하는 가상자산에 대한 넋두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티를 내지 않고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루나‧테라 사태를 겪은 이들은 은근히 존재한다.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이명을 겪는 사람도 봤다. 투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르지만 이번 사태만큼은 '피해자'라는 말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루나·테라 피해자 모임은 권도형 테라폼랩스코리아 대표와 공동창업자 신현성 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이번 사태는 정확한 투자자 손실금액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5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 규모가 큰 만큼 새 정부 들어 부활한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의 첫 수사 대상이 됐다.

기가 막힌 부분은 현재까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법이 없기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주변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힘내라"는 한마디 외에는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어느 주말, 한 보도 프로그램에서 루나 사태를 심도 있게 다뤘고 이 방송 나간 후 다시 주변 지인들과 이 사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게 되는 계기가 생겼다. "사기다" "사기가 아니다"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때와 달리 빨리 권 대표를 찾아 조사하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진 것이다.

새 주를 시작하는 날,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주요 5대 가상화폐 거래소가 루나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공동 협의체를 출범하고 올해 하반기에 거래지원(상장) 등과 관련된 공통 심사 기준을 적용할 것이란다.

이는 지난 13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라는 주제로 연 당정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들이다.

이날 당정은 '시장 자율'을 강조했고 5대 거래소는 숨 가쁘게 가상자산사업자간 공동협의 구성 등 개선 방안을 내놨다.

관련 내용들을 읽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커질 대로 커진 가상자산시장인데 이제야 대책을 세웠다는 점이다. 또한 지난해 5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자산업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논의가 이뤄졌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생각이다. 시장의 자율도 중요하지만 먼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 이후 감독이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어땠을까.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말이 유독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자율규제안 방식은 가이드라인 방식이다 보니 구속력이 없고 공동 협의체의 구체적인 조직 구성과 역할, 권한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는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는 마치 자본 시장 속에서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 시장감시위원회 등의 역할을 모두 담당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주체들에 역할을 분할해온 게 자본시장의 역사란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들 역시 내부 이해상충을 어떻게 보완할지 생각해봐야 하며 서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역할이 수행돼야 할 때다. 또한 강력한 법 제정이 시급할 때다. 이게 되지 않는 한 제2의 루나 사태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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