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은의 금융노트] 루나·테라는 어쩌다 '다단계 사기'로 전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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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은의 금융노트] 루나·테라는 어쩌다 '다단계 사기'로 전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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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하은 기자] "내 발명품이 모두에게 고통을 줘서 비통하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루나,테라 대폭락 사태와 관련해 공식 사과하면서 언급한 말이다.

최근 발생한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의 폭락 사태는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 대혼돈을 불러 일으켰다.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이 넘게 지났음에도 후유증은 여전하다. 권 씨는 본인 역시 이번 코인 폭락 사태로 단 한 푼도 이득을 보지 않았다며 투자자들을 위로했지만 이는 얄팍한 해명에 불과하다.

미국 등 주요국이 루나 폭락 사태 이후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한 가운데 우리정부도 뒤늦게 가상화폐 규제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텅빈 주머니를 채우기엔 이미 늦은 듯하다.

권 씨가 발행한 테라는 개당 가치가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돼 있는 독특한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라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루나를 발행해 이를 사들이고 1달러를 웃돌면 테라로 루나를 사들여 소각시키는 구조다. 투자자가 테라를 예치하면 루나로 바꿔주면서 20% 이윤을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이같은 발행 구조는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루나와 테라의 시가총액 역시 수십조원을 웃돌며 명실상부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비트코인 시장에서 나름 안정된 코인이라고 인식돼왔던 루나, 테라가 폭락하자 '거품 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일컬어지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루나와 테라, 두 코인 발행 방식을 두고 '다단계 피라미드 사기'로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루나·테라가 실물자산으로서 가치가 없으면서 투자자들에게 말로만 20% 수익을 약속한 다단계 사기에 가깝다며 힐난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역시 '가상화폐의 피라미드 버전'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산 가상화폐가 공식적인 '사기 화폐'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그들의 비유가 거칠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름 일리는 있다. 테라폼랩스가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은 통화를 발행하면서 20% 이윤을 보장한다는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불확실한 통화는 결국 비트코인 시장을 뒤흔든 초유의 폭락 사태를 야기했다.

권 씨는 최근 휴지조각이 된 테라를 부활시키기 위한 '테라 부활 프로젝트'를 투자자들에게 제안했다. 기존 코인을 쪼개 새 가상화폐를 발행하자는 제안인데, 한 번 폭락 사태로 테라에 대한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결국 새로운 코인 역시 이번처럼 '폰지사기' 형태로 출시할 것이라는 게 투자자 대다수의 반응이다.

물론 권 씨가 새로운 코인 발행 및 거래를 통해 이번 사태에 따른 손해를 복구하기 위한 복안으로 제안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옳지 않다. 무모하게 새로운 코인을 발행하기에 앞서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라는 자산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 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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