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식의 시선] 정의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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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식의 시선] 정의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눈
  • 윤성식 고려대 명예교수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2년 05월 17일 0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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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를 설치해도 공수처장으로 정치검사 즉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사를 임명하면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조직을 신설한다고 해서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은 '문화'처럼 보이지 않는 것보다 '조직'처럼 손에 잡히는 것을 만들면 안심합니다. X하면 Y가 된다라는 선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이 갖고 미국 FBI와 같은 기관을 설치한다고 해도 신설되는 조직에 정치검사를 임명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경찰의 수사능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정치검사를 경찰이 받아들이도록 하면 검찰의 기소권을 박탈해봐야 별 소용이 없습니다. 고질적인 문제는 조직신설이나 제도개혁 한 두가지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직신설이나 제도개혁에 너무 목을 맬 필요가 없습니다.

검찰업무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형사 업무와 1%도 안되는 정치적 사건은 다른데도 불구하고 한줌도 안되는 정치검사의 잘못 때문에 이렇게 무리해도 되는지 걱정입니다. 갑자기 정권말기에 더구나 대통령 선거에 패배한 후에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면 국민의 눈에 좋게 보일리 만무합니다. 국민여론조사를 보면 검찰개혁에 공감하는 비율이 훨씬 많지만 이번 민주당의 입법과정이 과연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는 의문입니다.

저는 오래 살다보니 세상은 절대 공정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사회를 보면 곳곳이 공정하지 않습니다. 어느 직장도, 어떤 모임도, 어떤 단체도 공정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많은 가정에서도 부모도 자식에게 공정하지 않고 자식도 부모에게 공정하지 않습니다. 유권자도 공정하지 않습니다. 공정하지 않은게 인간의 본성입니다.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하기도 하고, 과거의 일은 쉽게 잊어버리기도 하고….

민주당은 몇 배 더 청렴하고 몇 배 더 올바르고 몇 배 더 도덕적이어야합니다. 국민은 민주당에게 훨씬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국민의 힘 당, 너희는 우리보다 훨씬 더 심했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합니다. 국민은 그런 방식으로 사고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검찰의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우리 사회의 힘의 균형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국민에게 어떻게 호소해야 더 효과적일까? 시장은 어떻게 작동할까' 등을 보다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다수당 다운 태도입니다.

민주당은 조금 더 현명하게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합니다. 지금 민주당은 약간 화가 나 있는 상태 같은데 다수당이라는 힘까지 있다보니 자꾸 무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 힘 당은 지난 5년 동안 가만히 있었고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으로 계속 실수를 했습니다. 민주당은 앞으로 5년 동안 차라리 가만히 있는게 더 좋습니다. 그러면 기회가 올 것이지만 헛발질을 하면 5년 뒤에도 승산이 없을 것입니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떠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합니다. 공수처만 만들면, 검찰의 수사권만 박탈하면 검찰개혁이 될 것 같은 환상은 일종의 집착입니다. 집착에서 벗어나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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