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금융산책] 까발려진 금융권 '민낯'…고객 '신뢰' 회복해야
상태바
[김지훈의 금융산책] 까발려진 금융권 '민낯'…고객 '신뢰' 회복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타임스 김지훈 기자] "저희는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업종이기에 매사에 신중합니다"

"한번 신뢰를 잃어버리면 회복하기가 힘들어요"

금융 기자로 처음 발령받았을 때 금융업계 한 관계자가 미팅 중 한 말이다.

최근 유독 이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지난달 신한카드 고객들 사이에서 부정 결제 이슈가 발생했고 삼성 금융사가 출시한 '모니모' 앱에서는 개인정보가 노출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우리은행 직원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금융업계를 향한 불신은 정점을 찍었다.

우리은행의 횡령 사건의 경우 반복해 확인 작업을 했다. 상황을 믿지 않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한국을 대표하는 시중은행에서 614억원의 회사 공금을 횡령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니 또 누군가는 고객의 돈은 아니라 다행이라고 한다. 2010년 엔텍합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우선협상자로서 채권단에 계약금 578억원을 냈다가 계약 무산으로 이를 몰수당한 바 있다. 이에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걸었고 2019년 말 최종 승소해 한국 정부로부터 730억원을 지급받기로 했다.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주관은행이었던 우리은행은 엔텍합으로부터 몰수한 계약금과 이자(36억원)를 더한 614억원을 관리했다. 이 업무를 맡은 본점 기업개선부 차장급 직원이 2012년부터 6년 동안 이 돈을 모두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놀라운 것은 감사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올해가 되어서야 수면 위로 부상하며 내부통제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횡령한 직원이 문서를 위조했는데 어떻게 발견할 수 있겠냐며 반론을 펼치기도 한다.

금융사 본점의 경우 한 담당자가 한 업무를 장기간 맡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고 한다.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무리 그래도 은행인데 별일이 있겠어?"라는 안도감이 차올랐다.

그만큼 제1금융권 은행인 우리은행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국민 대다수가 충격을 받은 것도 비슷한 마음에서일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 대해 수시검사를 진행하고 우리은행의 외부감사인이었던 안진회계법인에 대해서도 현장 조사를 벌였다. 또한 각 은행에 내부통제 긴급 점검을 지시했다.

금융당국의 입장에서도 공문서‧사문서 위조를 한 상황에서 통장 사본을 다 검토할 수도 없고 난처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꼬리표가 붙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금융사들의 내부통제는 이미 강력하다고 하지만 결국 이번 일이 발생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횡령한 직원과 내부 직원 간에 인수인계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인력 순환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금융사 중 내부적으로 다른 직원이 대리업무가 힘든 특이한 부서가 존재한다. 그런 경우 업무 순환이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횡령이나 비리는 발생하기 힘든 구조가 될 것이다.

앞서 신한카드에서는 가입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백만원이 연이어 결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며칠 후 삼성금융네트웍스가 첫 서비스로 내놓은 통합앱인 '모니모'에서는 삼성증권 고객 344명의 투자 정보가 타인에게 노출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고객의 자산과 정보를 다루는 금융업에서 이런 일이 잇달아 발생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금융사들은 앞다퉈 디지털 전환을 추진했고 그 속도는 매우 빨랐다. 하지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체하며 문제점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최근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부실 수사 의혹 등으로 부각되고 있는 라임과 옵티머스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를 겪었을 때도 '내부통제 강화'가 제기됐었는데 결국엔 도돌이표처럼 반복된 것이다.

이 나라의 국민이자 고객들은 보도를 접하며 '데자뷔'처럼 이 사태를 지켜보고 분노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긴장과 함께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금융은 신뢰다. 고객이 믿고 자산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곳임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어필해야 할 때다.

편안하고 빠르게 처리되는 금융사를 고객들은 선호한다.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 무너지면 안 된다. 잘못의 크기를 따지기 이전에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성찰의 마음을 가지고 합심해 개선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