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로 관심을 모았던 흑석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이 삼성물산의 단독 입찰로 1차 유찰됐다. 당초 대형건설사인 대우건설과 GS건설 등의 수주 의지도 높아 치열한 수주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1차 입찰에 응찰하지 않은 대우건설과 GS건설이 2차 입찰에 재참여할지 삼성물산이 수의계약을 밟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흑석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입찰에 삼성물산만 단독으로 투찰했다.
주민대표회의 측은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하면서 유찰돼 재공고를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정비사업은 동작구 흑석동 구역면적 4만5229㎡ 일대에 지하7층~지상49층 높이의 아파트 1216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추정 공사비만도 5000억원에 입지적으로 준강남급으로 평가되는 등 사업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평이었다. 아울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주도하는 공공재개발사업 1호라는 상징성까지 있어 시공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앞서 지난 1월 19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SK에코플랜트 등 총 8개의 대형건설사가 참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인 바 있어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1차 입찰에 삼성물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였던 대우건설과 GS건설이 응찰하지 않았던 이유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적극적으로 수주전 의지를 보여 왔다. 지난 3일 '써밋 갤러리' 리뉴얼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흑석2구역에 써밋 브랜드를 적용하고 갤러리에 전시된 주거 상품들을 앞세워 수주에 나선다는 계획을 내놓기까지 했다.
대우건설 측은 이번 유찰의 발단은 지난 1월 현장설명회날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장설명회가 시작되고 주민대표회의 측에서 2월부터 홍보관을 지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불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시공사 선정 관련 지침에 따르면 입찰 후 1차합동설명회 이후에나 홍보관을 짓게 할 수 있는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에게서는 현장설명회 당시 삼성물산은 이미 해당 홍보관을 공사중이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대우건설 측은 이같은 부분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으나 주민대표회의와 SH 측은 법적으로 검토했을 때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국토부가 이를 문제로 여기고 나서야 SH가 입장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이와 함께 개별 홍보와 관련해 소명 요구를 받아 사실확인서를 통해 소명했음에도 조합 집행부의 일방적인 경고조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향후 홍보관 운영 등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개선이 이뤄진다면 재입찰에 나설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똑같이 미응찰한 GS건설 측은 "검토 결과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1차 입찰에 유일하게 응찰한 삼성물산은 "정해진 일정에 맞춰서 진행할 것이며 클린수주 원칙과 사업성을 판단해 재응찰할 것"이라고 원칙론을 이야기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입찰‧홍보‧경고 지침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랐고 한 건설사에 편향됐다는 것은 대우건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주민대표회의 또한 "조합 입장에서는 여러 건설사가 경쟁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한데 어느 한 쪽의 편을 들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이 문제 삼은 합동 홍보관에 대해서도 결국 건설사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고심 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관심이 집중됐던 흑석2구역 재개발 사업은 주민대표회의와 건설사, 시행을 맡은 SH공사가 풀어야 할 과제를 남긴 채 2차 입찰을 준비하게 됐다.
주민대표회의와 SH공사는 이번 유찰과 관련, 내부 논의를 거쳐 입찰 재공고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삼성물산의 '무혈입성'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