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리병원 도입 논란…'없는' 소비자는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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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리병원 도입 논란…'없는' 소비자는 답답하다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7월 25일 0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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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개봉된 '식코'라는 영화는 당시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인 마이클무어의 작품이다. 민영화된 자국 의료보험제도의 맹점을 꼬집는 내용이다.

중지와 약지 끝부분을 각각 잘리는 사고를 당한 릭이라는 사람의 실제 사연이 소개된다. 봉합수술에 무려 7만2000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약 7500만원이라는 비용적 압박에 릭은 결국 중지를 포기하고 약지만 살린다. 냉엄한 자본시장에 내던져진 의료보험으로 인해 중서민층이 얼마나 실생활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영리병원 도입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의료선진화와 외화 획득,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논리의 '찬성파'와 소비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논리의 '반대파'가 첨예하게 맞서있다.

정부의 정책이든, 기업의 전략이든 실행이전 단계에서 필히 겪는 '몸살'이다. 잘못된 선택이 낳는 큰 후유증을 사전에 막기 위함이다.

영리병원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노골적으로 돈을 버는 일종의 기업이다. 누구나 아프면 찾아가는 공공재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도입이 된다고 가정하면 '있는' 혹은 '사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할 것임은 자명하다. 나머지 소비자들은 지금처럼 동네 의원이나 가까운 병원을 찾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3일전에 왔을 때는 한 단에 1000원에 샀는데, 그런데 그새 2000원으로 올랐네요?"
"요새 산지 파 값이 크게 올라서 그래요. 그래도 다른 가게 보다는 싸게 파는 편인데… 비싸다고 생각되면 딴 데 가 보시든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흥정 에피소드다. 좀 더 싼 곳을 찾아 구매하면 그만이지만 시장 상인들간 '짬짜미'가 이뤄진 상태라면 그대로 좌절이다.

영리병원 도입 이후의 상황을 이를 통해 일정 정도 그려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시장 상인들에 해당하는 일선 병원장 절대다수가 영리병원 도입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는 외자를 유치해 병원의 몸집을 키울 계획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영리병원이 우후죽순 식으로 생겨날 개연성이 엿보인다. 늘어난 투자비용은 진료비 상승 등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영리병원의 높은 서비스비용도 일선 병원들의 서비스비용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종전에 비해 크게 오른 의료비를 소비자들에게 요구하면서도 다른데 보다는, 즉 영리병원에 비하면 싸다는 식의 '암묵적 짬짜미'를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생명이 위독한 분초를 다투는 환자, 몸이 아파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다.

이상호 MBC기자. 7년전 '안기부 X파일'을 폭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장본인이다. 7월 현재 미국에서 2년째 연수중이라는 이 기자가 최근 트위터에 남긴 글을 소개한다. 자신이 실제 겪은 영화 '식코'다.

"CT 한 장 찍었을 뿐인데 천만원이 청구된 고지서를 받아 들고 삼성의 품에 의료민영화까지 넘겨줘선 안 된다고 다짐했다. 치료비 내느라 줄파산 나고 있는 미국의 망국병을 누가 수입하자고 하는가!"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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