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의 요리조리] 넷플릭스, 한국 시장에 진정성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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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의 요리조리] 넷플릭스, 한국 시장에 진정성 필요한 때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2년 03월 21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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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매달 1000만명의 한국 소비자들이 넷플릭스를 시청한다. 지난해 전 세계를 뒤흔든 '오징어게임'에 이어 올해는 '지금 우리 학교는'과 '소년심판' 등의 인기가 뜨겁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 앱 사용자 수는 지난해 1월 865만명에서 올해 1월 1097만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향한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이 마냥 곱지 만은 않다. 지난달에는 구독료를 두자릿수 인상해 한국을 '봉'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넷플릭스는 스탠다드(최대 2인)를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프리미엄(4인)은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상했다. 인상률은 각각 12.5%와 17.2%다. 1인용인 베이직 요금제만 월 9500원으로 유지했다.

무엇보다 주목 받는 것은 일명 '망 사용료'를 둘러싼 국내 기업과의 분쟁이다.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 SK브로드밴드(이하 SKB)는 넷플릭스의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비용 부담이 늘었다며 망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SKB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6월 패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16일 열린 항소심의 1차 변론기일에서는 양 측이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달라진 점은 '빌앤킵(Bill and Keep, 상호무정산)'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점이다. 1심 패배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SKB가 넷플릭스의 캐시 서버인 오픈커넥트(OCA)를 연결하고 OCA를 망 내에 분산 설치함으로써 트래픽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제다. 이로써 트래픽 부담을 줄이고 망 사용료를 한마디로 '퉁치자'는 주장이다.

앞서 오징어게임 열풍 속에 지난해 11월 방한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도 OCA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주장에는 허점이 있다. 거꾸로 말하면 SKB 망을 통한 콘텐츠 전송이 넷플릭스의 OCA 기술 제공과 상응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심 때 '망 이용대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것과도 어긋난다.

다른 OTT 업체들과의 태도 차이도 문제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 애플TV+, 디즈니+ 등은 망사용료 지불 중이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비용을 징수하는지는 다음 변론기일에 자료를 공개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발생한 매출 원가를 부풀려 심각한 국부 유출을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에 따르면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2020년에 올린 매출 4155억원 가운데 77.1%인 3204억원를 본사로 송금했다.

또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은 2019년 70.5%에서 2020년 81.1%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넷플릭스 본사의 매출원가 비중은 61.7%에서 61.1%로 낮아졌다.

김 의원은 "넷플릭스의 국내 매출원가 비중을 본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할 경우 약 830억원의 국부유출을 방지할 수 있었다"며 "넷플릭스가 수익 대부분은 해외로 이전하고 요금은 '일방 인상', 국내망은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넷플릭스와 SKB의 분쟁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관련 개정안이 7건 발의돼있으며 지난달 열린 MWC2022에서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글로벌 빅테크의 망 투자 분담을 촉구하는 취지의 보고서를 의결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기여하는 부분은 상당하다. 이를 통한 고용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끝없이 원하기만 한다면 한국 소비자들의 무한 신뢰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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