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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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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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애치먼 / 비채 / 1만5800원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한 계절의 이미지가 남는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내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한 여름 뙤약볕 아래 마른 흙 내음과 물러터진 복숭아가 들쩍지근하게 손에 묻어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 작품이었다. 안드레 애치먼은 지나간 관계에 대한 감각을 그리는 작가다.

애치먼의 신작 '하버드 스퀘어'는 1977년 여름 하버드 대학원생인 '나'와 택시운전사 '칼라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달라도 너무 다른 처지이지만 이방인이자 주변인인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나'는 열정적인 삶을 꿈꾸면서도 칼라지와 지나치게 가까워지지 않으려 애쓴다. 동질감과 거부감, 연민과 사랑이 뒤섞여 그들의 여름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나'가 하버드 대학을 다시 방문해 지난날을 돌아보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과거를 재구성하는 기법은 작가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애치먼은 이집트에서 태어났으나 정치적 문제로 이집트를 떠나 로마, 뉴욕으로 이주해왔다. 그는 뉴욕에 정착했지만 스스로를 이방인이라고 여기게 됐고 그의 삶이 이민자들, 그리고 떠나온 자들의 노스탤지어에 묻어나게 된다.

문학에서 '여름'은 대개 삶의 가장 아름다운 한 시절을 상징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청춘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여름의 뜨거움을 표현했다면 '하버드 스퀘어'는 지나가버린 여름을 상징한다. 치기 어렸던 젊음은 과거에 남고 성숙하고 객관화된 '나'가 현재를 살아간다. 안드래 애치먼을 조금 더 이해해보고자 한다면 '그해 여름'의 이야기를 펼쳐 또 하나의 여름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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