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의 컨슈머시선] 주위토지통행권은 모든 경우에 사용하는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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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숙의 컨슈머시선] 주위토지통행권은 모든 경우에 사용하는 것 아냐
  • 엄정숙 법도 대표 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12월 31일 0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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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로(공공도로)에 연결된 땅 주인입니다. 옆 땅 주인이 자신의 땅에서 공로로 나가려면 제 땅을 지날 수밖에 없다며 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옆 땅도 공로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옆 땅 소유자는 두 명인데 서로 관계가 좋지 않아 공로에 연결되지 않은 땅 주인 한명이 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위토지통행권이란 공로(공공도로)에 연결되지 않은 토지 소유자가 연결된 토지 소유자의 땅을 지나갈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주위토지통행권을 둘러싸고 토지 소유자들 간 분쟁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하지만 이 때 주위토지통행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낸 토지주인의 사정을 잘 살피지 않으면 필요 없이 내 땅을 길로 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맹지(공공도로에 연결되지 않은 토지) 주인에게 주위토지통행권이 있는 것은 맞지만 모든 경우에 이 권리가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이 구분소유한 토지에 공로로 연결된 길이 있는 경우는 타인의 토지에 대해 주위토지통행권을 행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두 명이 공동으로 소유한 땅에 공로로 연결된 통로가 있긴 하지만 이 땅을 살 때부터 한명만 공로로 연결된 쪽의 토지를 소유하기로 합의하고 땅을 산 경우다. 이를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라 한다.

문제는 이 경우 공로에 연결되지 않은 쪽 땅주인은 공로로 통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공로에 연결되지 않은 땅을 자신의 소유로 하기로 하는 계약을 하고 매수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할 수 없이 다른 사람 땅에 주위토지통행권을 행사하려 시도한다. 이럴 때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

실제로 위 예와 같은 구분소유적 공유토지 주인 A가 인접토지 주인 B를 상대로 주위토지 통행권을 주장했다가 패소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다245443판결).

A는 또 다른 한명과 공동으로 소유한 땅이 있었다. 동쪽 땅은 공로로 연결되어 있었고 자신의 땅인 서쪽은 공로에 연결되지 않았다. 동쪽 땅주인과는 관계가 좋지 않았다. 분명 자신 이름의 땅이긴 하지만 구분소유였기 때문에 A는 공로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

이에 A는 공로로 연결된 옆 땅 주인 B를 상대로 주위토지통행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B는 "A의 땅에도 공로로 연결된 길이 있는데 내 땅을 통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맞섰다.

재판에서 쟁점은 구분소유적 공유토지 인 경우, 구분소유권자 중 일부 토지가 공로에 연결된 경우에도 옆 땅 소유자의 토지에 대하여 주위토지통행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원심은 A의 손을 들었다. A가 옆 땅 주인인 C의 땅을 지나갈 수 있는 주위토지통행권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의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은 "A는 공유토지소유권자에게 비록 배타적인 소유권을 가진 구분소유적 공유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공유자간 내부적 사정에 불과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공유토지를 통해 공로에 출입할 수 있는 길을 놓아두고 제3자인 인접지에 관하여 통행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A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땅에서 공로로 갈 수 있으므로 B의 땅을 지나갈 수 없다는 판결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땅이 공로에 연결된 이상 소유자들 간의 관계는 그들의 사정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옆 땅 주인이 주위토지통행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할까. 우선 옆 땅주인의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 위 사례처럼 공로로 통하는 길이 있는 구분소유적 공유토지 인데 공로에 연결되어 있다면 판례를 사례로 들며 "옆 땅 주인의 사정에 불과할 뿐 내 땅에 대해서는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예외적 경우보다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주위토지통행권은 민법이 규정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민법 제219조 제1항은 '어느 토지와 공로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토지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시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단서도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 후 가장 손해가 적은 장소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제2019조 제2항은 '전항의 통행권자는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땅에 옆 땅 주인의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된다면 보상도 받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자신이 소유한 땅에 옆 땅 주인이 주위토지통행권을 주장한다면 우선 공유토지 인지 알아보고 공유토지에 공로가 연결되었다면 옆 땅 주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면 되고 인정을 해 주어야 하는 경우라면 전문가와 상의 후 법조문에 따라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찾아 인정 해 주고 손해에 따른 보상을 받으면 된다. / 엄정숙 법도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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