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물(古物)폰' 떨이에 돈 '따먹히는'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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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물(古物)폰' 떨이에 돈 '따먹히는' 소비자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6월 27일 0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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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출혈식' 휴대전화 보조금 지급경쟁이 논란이다. 소비자들이 요금인상과 같은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뻔한 분석은 빼겠다. 쓰는 기자도, 보는 독자도 지루하다.

뜯어보면 스마트폰 보조금이 핵심이다. 그런데 그냥 스마트폰이 아니다. 형편없는 '고물(古物)'이 대부분이다.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는 홈쇼핑 채널은 최근 쉽게 눈에 띈다. 쇼호스트들의 자극적인 '말발'이 귀에 쟁쟁하다. "최신형 스마트폰"이라며 제품을 치장하는 언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묻고 싶다. 삼성전자 '갤럭시A', LG전자 '옵티머스원', 스카이 '이자르'같은 모델들을 최신형이라 부를 수 있는가? '갤럭시S2'나 '옵티머스 빅', '베가 레이서'와 견주어도 손색 없는 최신형 제품이 맞는가? 출시된 지 1년도 채 안된 제품들도 있으니 시기적으로 최신형이 맞다고 우길 수는 있겠다. 불안정한 디스플레이가 방송 화면에 그대로 노출되는 제품을 두고 '최신형' 장사를 하는 철면피에 놀라울 따름이다.

스스로도 민망했던지 슬며시 당근을 꺼내 든다. 노트북과 백화점 상품권 중 하나를 고르란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스마트폰 출시가격 수준이다. '팔면 손해'라는 장사꾼들의 허언이 깨지는 순간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홈쇼핑 업체는 스마트폰을 팔고 수익금의 일부를 챙긴다. 이득이다. 제조사는 판매실적이 없는, 즉 폐기처분 직전의 제품을 헐값에 통신사에 넘긴다. 원가 수준으로 짐작되지만 그마저도 손해는 아니다. 가입자 확보에 눈이 먼 통신사는 이를 홈쇼핑으로 넘기면서 장기 약정이라는 족쇄를 채운다. 소비자가 3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3년약정' 했다고 가정하면 통신사는 보조금 지출분을 충분히 상쇄하는 짭짤할 통신요금 수익을 거둔다. 역시 이득이다.

이중 제조사의 행태는 다시 한번 곱씹어볼 만 하다. 올해 하반기 도입되는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를 상기하면 구린내가 진동한다.

간단히 말하면 3G니 4G니 하는 것들은 데이터 전송속도 차이를 의미한다. PC를 통한 인터넷 속도의 진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인터넷 사업자가 제공하는 전송속도를 제대로 구현해 내려면 PC성능이 받쳐줘야 한다. 인터넷 속도를 4G로, PC를 스마트폰으로 각각 바꿔보자. 성능의 한계로 인해 어차피 쓰레기로 전락한 제품들을 보조금에 끼워 팔았다는 결론이다. 엄청난 이득이다.

똑똑한 소비자라면 이번 보조금 논란에서 결코 놓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과도한 보조금이 휴대전화 요금 및 제품 출고가 상승으로 이어져 금전적 손해를 보는 것 보다 더 분노할 일이 있다.

저렴한 가격에 스마트한 생활을 영위해보고자 했던 합리적 소비자들의 기대가 이해 관계에 얽힌 기업들의 '묵인' 속에 처참히 매몰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정치인의 말실수에 빗대자면, 기업들에게 일방적으로 따먹히지 않기 위한 소비자들의 스마트한 '소비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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