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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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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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경 / 김영사 / 1만4800원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코로나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 마스크를 끼고 이 시간을 견디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형 사건과 사고, 홍수와 산불, 역병 등 재난과 사건의 현장에서 발견하는 사람의 온기와 가치, 그 구원의 손길인 휴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공영방송 앵커이자 저널리스트 출신인 저자 박주경은 20년 동안 뉴스의 한가운데에 살며 오늘의 소식을 취재하고 알려왔다. 그곳에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무참한 고통이 있고, 방화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소방관들, 산업현장에서 산재를 당한 이의 무수한 죽음과 남겨진 가족의 아픔과 원망이 있다.

뉴스의 사각지대에서 알려지지도 않고 죽어간 에티오피아인 600명의 내전이 있고, 20대 남성의 단순 화풀이 폭력으로 죽은 여성의 보호받지 못한 인권도 있다. 또 엘리베이터 탑승을 가로막는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을 견뎌야만 했던 젊은 치킨 배달노동자의 수모가 있고, 코로나 시대에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단절도 있다.

하지만 어둠이 있어 빛은 더욱 밝아지기에, 저자는 어둠의 현실 너머에 있는 빛에 더 마음을 두고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로 한다. 첫 번째는 2020년 경기도 군포에서 있었던 한 화재 현장에서 베란다에 매달린 세 명의 목숨을 기적적으로 구해낸 젊은 의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강원도 양양의 화재 현장에서 주민 10여 명을 구해낸 카자흐스탄 의인도 있었다. 그는 의로운 행동이 알려지면 불법 체류자 신분이 발각될까 봐 큰 부상을 당하고도 숨어야 했다. 그런 그를 세상으로 이끈 것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던 주민들의 마음이었다.

저자는 이들이 전파하는 선한 영향력으로 냉소와 불신이 재난처럼 내려앉은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재난 앞에 공동의 운명으로 묶인 존재이기에 마땅히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기댈 어깨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는 근래 우리가 겪은 사회적 고난의 기록인 동시에 그에 맞서온 우리의 분투기다. 그 바탕에는 눈물겹도록 소중한 것들, 인간애, 연민, 동지의식, 위로, 공감, 소통 같은 것들이 자리잡고 있다.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를 건너며 우리가 떠내려가지 않고 끝내 버틸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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