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의 금융노트] 총량관리 빨간불? 실수요자 목소리 들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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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의 금융노트] 총량관리 빨간불? 실수요자 목소리 들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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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올해 관리 목표치인 6%에 근접했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발표할 가계부채 대책을 두고 고심하는 가운데 실수요자들의 대출 절벽은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 아래 신용대출 감소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다소 주춤해졌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하게 상승해왔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16일 기준 495조2868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52%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전세자금대출이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은 지난해 말 대비 15조5124억원(14.74%) 증가했다. 이에 전세대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속 제기됐다.

각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연초에 제시한 한 해 가계대출 증가 관리 목표치를 준수해야 한다. NH농협은행은 이미 상반기만으로도 지난해 말 대비 7% 이상 증가해 11월 말까지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등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취급을 모두 중단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자체 리스크관리 기준에 따라 대출 속도를 조절해왔으나 최근 하나은행도 증가율이 5%를 넘었고, KB국민은행(4.37%)도 목표치에 근접해 총량관리에 빨간 불이 들어와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줄이는 등 대출 비용을 높여 대출 수요를 줄여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세는 가파르고 우리·KB국민은행도 신잔액 코픽스 기준 전세대출 상품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해 차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권과 금융당국은 전세자금대출 증가세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는 현재 과열된 주택 및 전세 가격 상승 때문이다.

전세대출의 실수요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98.1%다. 은행이 임대인에게 바로 대출금을 입금하기 때문에 투자자금으로 흘러가기 어렵다. 전세대출로 투자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여윳돈으로 주식, 코인 등 자산 시장에 투자하고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충당하는 경우 '돈의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자금 사용처를 명확하게 알아내기 어렵다. 또 하나의 경우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갭 투자'다.

특히 갭 투자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1년여 동안 서울에서 집을 산 2~30대의 52.2%가 갭 투자를 통해 주택을 구매했다. 갭 투자를 통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도 있으나 대부분이 무주택자인 청년층은 '오늘이 가장 싸다'라는 심리로 주택을 매수했다.

지난달 수도권 집값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셋값마저 천정부지로 상승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마저 수요가 폭증했다. 지속적으로 오르는 집값과 투자자들, 가을 이사철에 당장 이사가 필요한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실수요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택한다.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전세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이 각 은행에 자체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주문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 경우 은행은 총량 관리와 심사 강화 두 가지 부담을 지게 된다. 대출 문턱이 좁아질 수록 실수요자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피해가 없는 방향을 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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