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타프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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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타프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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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 비채 / 1만4800원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모든 것을 가지려 했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모파상), '일어나지 못해 미안하오'(어니스트 헤밍웨이), '불려갔음'(에밀리 디킨슨) 등 세상에는 짧으면서도 재치 넘치는 묘비명이 많다.

하지만 일본은 묘비명에 그다지 천착하지 않는 문화여서 그런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한 글자짜리 묘비명 '寂(죽음/적막할 적)' 정도가 떠오를 뿐이다.

주인공 K는 '도쿄의 에피타프' 즉, 도쿄의 묘비명은 무엇이 좋을지 고심한다. 집필중인 희곡 <에피타프 도쿄>를 위해서다. 그러다 자신이 흡혈귀라 주장하는 요시야와 만나게 되며 도쿄의 묘비명을 찾아나선다.

도쿄 타워가 있는 아카바네바시 역을 시작으로 화려한 긴자, 지상 53층 미술관이 있는 롯폰기, 책방이 즐비한 진보초 거리, 도심 속 왕궁 등 도쿄의 풍경 속에서 도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한다.

한국어판 <에피타프 도쿄>는 소설책으로는 다소 이례적으로 다양한 색을 쓴 지면으로 구성됐다. 이야기의 주축이 되는 두 주인공 K와 요시야의 일상을 담은 23꼭지의 피스는 무색 바탕이고, 수수께끼의 흡혈귀 요시야의 시선을 담은 드로잉 꼭지는 푸른 바탕이다.

또한 K가 쓰는 희곡 <에피타프 도쿄> 꼭지는 보라색 지면으로 구분하는 등 장르와 시점이 혼재된 세계를 디자인으로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번역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로, 일본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제20회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한 권영주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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