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의 시선] ESG 투자와 적정기술
상태바
[박항준의 시선] ESG 투자와 적정기술
  • 박항준 국민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danwool@naver.com
  • 기사출고 2021년 08월 13일 10시 55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기업을 바라볼 때 환경, 소셜 활동, 지배구조라는 비재무적 기준인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는 친환경성, 대기업 또는 부자나라의 횡포, 평가의 주관성 등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싫든 좋든 신문의 페이지마다 장식할 정도로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카카오와 SKT가 200억 규모의 ESG펀드를 공동으로 조성했다.

그렇다면 ESG펀드가 투자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 어떤 기술이어야 할까? 친환경 사업이나 친환경 기술이어야 할까? 아니면 사회적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나 사회적 기업 활동에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기존 친환경펀드나 소셜펀드와 차별화가 없어 보인다. 지금 대부분의 기업이 반 친환경적 기술로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드물다. 사회적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라면 소셜펀드가 적합하지 굳이 ESG펀드 투자가 적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직 개념이 명확지 않은 ESG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기다.

다만, 달라진 것은 명확하다. 고전 경제학이 기업의 존립 목적으로 '영리의 추구, 즉 최대 이윤의 획득이라는 단일목적의 추구'에 입장을 취해왔다면 현대 기업은 이미 사회적 책임과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는 점에서 ESG는 정제된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최근 모 연구원에서 제시한 100페이지가 넘는 ESG 모범 기준을 보면 과연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주주의 이익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기업이 이 지침대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이미 활시위는 당겨진 상대다. 대중주도사회(Crowd-based Society)로 인해 펼쳐질 프로트콜 경제의 도래는 ESG를 멈출 수 없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럼 ESG펀드나 ESG 투자에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트리거(방아쇠)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 100페이지가 넘은 평가 기준에 주관적인 점수를 매기기 전에 평가 기준이 많고, 복잡할수록 본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ESG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수많은 가치들을 하나로 그룹핑할 수 있는 핵심가치가 무엇일까를 상상해 봐야 한다. ESG의 혁신가치는 단연코 '적정기술' 이다.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한 기술이 '적정기술'이다. 따라서 적정기술은 친환경적일 수밖에 없으며, 소셜적 요소가 강하다. 적정기술을 표방한 기업의 평판이 좋지 못하면 시장에서 외면당하게 된다.

사실 '적정기술'은 최빈국에게 지원되는 학생들에 의해 제안된 가내수공업적 수준의 기술이라고 오해받게 되면서 사업화에 실패하고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2500만 가구가 사용 중으로 철분영양부족 문제를 해결을 목표로 캐나다 궬프대학교 크리스토퍼 찰스 연구원이 개발한 적정기술 '아이언피쉬'
▲현재 2500만 가구가 사용 중으로 철분영양부족 문제를 해결을 목표로 캐나다 궬프대학교 크리스토퍼 찰스 연구원이 개발한 적정기술 '아이언피쉬'

적정기술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매우 친환경적이며, 사회적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기술들이다. 저렴한 에너지를 얻는 기술, 맑은 물을 얻는 기술, 농업생산력을 높이는 기술, 교육의 질을 높이는 기술, 환경오염을 줄이는 기술,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기술, 국제사회와 지원기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적정기술들이 발굴되고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ESG 투자의 핵심이다.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박항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