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DB손보, 협력사 떼어내려 고객들에게 '문자' 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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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DB손보, 협력사 떼어내려 고객들에게 '문자' 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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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손보 "고객 보호 차원" 해명
DB손해보험.
DB손해보험.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DB손해보험이 10년간 거래해온 협력 정비업체에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고객들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 해당 업체를 계속 이용하면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업체는 DB손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보험사 갑질'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인천 소재의 정비업체 아트샵모터스를 운영하는 신씨는 지난 2009년부터 DB손보와 계약을 맺어왔다. 그런데 월 100건 안팎이던 DB손보 고객의 수리 요청이 올해 2월부터 대여섯 건으로 줄기 시작했다.

같은 달 신씨는 DB손보 측에서 고객들에게 업체 이용을 막는 문자를 보낸 사실을 알게 됐다. 아트샵모터스가 정비수가 등의 문제로 자사의 지불보증을 받지 않고 고객들에게 직접지불 처리를 요구하며, 과다한 수리비를 청구해 자사와 분쟁중이라는 내용이었다.

특히 문자에는 고객에게 협박으로 느껴질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문자 안내 이후에도 해당 업체에 직불처리를 하거나 임의 수리 시 고객이 금전적 손해를 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수리비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DB손보가 고객에게 보낸 문자 사본.
DB손보가 고객에게 보낸 문자 사본.

양측의 분쟁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DB손보는 아트샵모터스가 고객들에게 과다한 수리비를 청구한다는 내용으로 보험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계약을 해지했다. 총 10건의 혐의 가운데 7건은 올해 초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며, 나머지 3건은 소송 진행 중이다.

신씨는 "소송 중인 3건은 아트샵모터스가 외주를 맡긴 업체에 대한 혐의"라며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건을 빌미로 부당하게 계약을 해지하고 고객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씨는 "정비수가 역시 수년 전 책정한 금액 그대로 받고 있다"며 "DB손보의 문자는 허위 사실일 뿐 아니라 고객을 떨어뜨리기 위한 방해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수가란 자동차 수리비용이다. 실제로 아트샵모터스의 수입차 탈·부착, 판금 공임은 2014년 4월 3만원에서 2016년 12월 4만2000원, 2018년 8월 4만6500원으로 꾸준히 인상돼 왔다. 반면 도장비용은 앞쪽 펜더 신품 기준 소형차가 19만4590원, 중형 21만6210원, 대형과 SUV 23만7840원으로 2013년 이후 현재까지 동결됐다.

DB손보 관계자는 "보험사기 혐의가 있는 공업사를 고객들에게 추천해줄 이유가 없어 고객 보호 차원에서 발송한 문자"라며 "사실 여부는 소송 결과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씨는 문제가 된 문자 전송에 관여한 DB손보 보상과 직원들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한 상태다. 신씨는 "그간 DB손보 측의 요구에 최대한 응해주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고 상생하는 자세로 나와줄 것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DB손보는 어떠한 책임도 지려 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 같은 대형 보험사의 '갑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소형 업체들은 대기업으로부터 일거리를 조달받는 만큼 불이익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소비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소비자에게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문자를 보내 특정 업체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갑질 행위"라며 "소비자들은 선택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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