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시선] 대한민국은 IT 강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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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의 시선] 대한민국은 IT 강국인가
  •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 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4월 21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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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알고 있었다. 정치인들도 많이 인용하고 국민들도 크게 부정하지 않는다. 몇 년 전 구글에서 주최하는 강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강연자가 던진 첫 번 째 질문이 "한국은 IT 강국인가?" 였다.

IT는 Information Technology의 약자이고 정보통신 기술을 뜻한다. 한국은 세계적인 초고속 인터넷 망과 초고속 통신망을 갖추었고 그에 따른 보급률도 상당하다. 고성능 스마트폰의 보급률도 높고, 전 세계 스마트폰의 점유율도 한국 회사들이 상위권이다. 5G 서비스도 세계 최초로 상용화 했다.

이것만으로 IT 강국이라고 볼 수 있는가? 정확하게 한국은 하드웨어 IT 강국이다. 구글 강연자의 결론도 한국은 하드웨어는 강국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강국은 아니다 였다.

영국에 자주 왕래하며 경험한 내용을 한번 비교해 보자. 시작은 공항이다. 인천공항에도 물론 무인 키오스크가 있지만 탑승권 발권이나 짐 부치는 것은 주로 항공 카운터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행한다. 반면 영국항공 전용인 히드로 5터미널은 짐을 부치거나 항공권 발권업무는 대부분 무인 키오스크로 처리한다. 대인 창구는 몇 개 운영하지 않는다.

공항을 나오면 차량 공유 앱을 이용하거나 택시 앱으로 차량을 부른다. 한국은 차량 공유 앱은 불법이고 밖으로 나오면 택시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특별히 기기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역시 사람 대 사람 서비스가 주된 것이다.

입국 후 휴대폰 가입이다. 영국은 온라인에서 완료된다. 한국은 반드시 대리점을 방문해서 친필 서명을 해야 한다.

은행 계좌 개설이다. 한국도 카카오 뱅크나 K 뱅크가 있지만 아직도 주요 은행들은 대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영국은 로이드, 바클레이즈등 대형 은행들도 휴대폰만 있으면 비대면으로 바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집을 구한다면 영국에서도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해야 한다. 다만 집주인을 만나거나 계약서를 직접 쓸 필요는 없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사이트를 이용해 비대면 전자문서로 임대차 계약이 가능하다.

요리재료를 구하러 마트에 갔다. 영국은 지점 수가 가장 많은 세인즈베리 마트에 계산창구는 몇 개 없었다. 나머지는 셀프 체크아웃 창구다.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을 때 바코드를 스캔하고 마트 밖으로 나오면 된다. 바코드 스캔은 매장에 비치된 기계나 본인의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된다.

차량 주유다. 세계 최대의 정유사인 Esso 의 주유소에 들렀다. 주유기 앞에서 QR 코드를 스캔하면 자동으로 주유정보가 기록되고 등록된 카드로 결제까지 마쳐진다. 주유기에 카드를 꽂는 절차도 필요 없고 일일이 차계부를 작성할 필요도 없다.

영국은 백신 접종도 빠른 편이다. 역시 온라인 관리다. 모든 절차가 영국의 공공의료 기관인 NHS 웹이나 앱 상에서 이뤄진다. 대면이나 종이는 필요 없다. 영국은 가장 많은 날은 하루에 75만 명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 잘 정비된 IT 관리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영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IT는 상당히 뒤쳐진 느낌이다. 하드웨어만 IT 강국이고 소프트웨어 IT는 뒤쳐진 나라를 과연 IT 강국이라 칭할 수 있는지 고민이다.

최근 유투버 잇섭의 폭로로 불거진 KT 인터넷 논란을 보면 현재 우리가 과연 하드웨어 강국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5G 세계최초 상용화는 맞지만 막상 5G는 잘 안 터지는 대한민국이다. 이대로 가면 하드웨어 IT 강국이라는 반쪽짜리 명예도 내려놔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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