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의 요리조리] 점자 표기는 선택 아닌 필수, 식품도 예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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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의 요리조리] 점자 표기는 선택 아닌 필수, 식품도 예외 아니다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1년 04월 20일 0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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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다이어터라면 열량을, 알러지가 있다면 성분을, 가성비족이라면 가격을….

제품을 고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중량, 성분, 열량, 제조사 등 여러 정보가 포장지에 꼼꼼하게 적혀있기 때문이다. 관련 법은 소비자들에게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길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되는 정보는 아니다. 식품에 대한 정보는 기본적인 선택권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보다 제한된 정보만을 접하게 된다. 식품 포장지에 점자 표기가 의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맛은 물론 유통기한까지도 알 수 없다.

일부 행동력 있는 기업들만 점자 표기 정보를 제공하는 실정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캔 음료에는 따개가 있는 뚜껑 부분에 '음료'나 '탄산' 등 아주 기본적인 정보가 점자로 표기돼있다. 하지만 공정상 점자를 새기기 어려운 페트병의 경우 뒷전이다.

이 가운데 롯데칠성음료가 생수 '아이시스8.0' 페트 제품에 브랜드 명인 '아이시스'를 점자 표기하기로 해 화제다. 회사 측은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해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점자의 높이와 간격을 표준 규격에 맞추고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점자 인식에 대한 검증도 마쳤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 맥스, 테라 등 맥주 캔 제품에 점자 표기를 적용해왔다. 2017년부터는 소주 참이슬 제품으로 표기를 확대했다.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의 경우 이디야커피 전국 매장과 스타벅스의 특수매장 서울대치과병원점에 점자 메뉴판이 보급되는 등 작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장기화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비접촉)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점자 표기가 불가능한 무인 키오스크 결제가 보편화 됐기 때문이다.

점자 표기 관련 논의가 나온지 벌써 수년 째다. 법 개정은 물론 제조현장 일선에서도 '공정상 어렵다' '금액이 많이 든다' 등 핑계로 물음표를 붙이다 보니 점자 표기 의무화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만약 제조 공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마트, 편의점 등 판매처에서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방안이 있지 않을까. 산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고민해볼 시기다. 최근 기업 경영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 측면에서도 더 늦출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소비자들이 동일한 선상에서 제품을 소비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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