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아이스크림> '오픈프라이스' 1년…소비자 농락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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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아이스크림> '오픈프라이스' 1년…소비자 농락당하다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5월 18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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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할인이 70%할인보다 싸…가격 왜곡 심각

소비자가격을 유통업체가 직접 결정하는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확대 시행된 지 1년을 앞두고 있다.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돼 있는 권장 소비자가격을 없애는 대신 유통업체들간의 자율경쟁을 통한 가격하락 유도가 정부의 복안이다.
시행 초기 업체간 담합을 비롯 소비자들이 가격정보에 어두워 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5월 현재 이 같은 내용이 일정부분 현실화 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지난해 확대품목에 이름을 올린 아이스크림, 과자, 라면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선정해 변화된 유통 및 소비상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 "소매상과 소비자 모두가 당하고 있는 것 같다"

평소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 직장인 김모(서울 동작구)씨는 집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 대신 일부러 거리가 먼 슈퍼마켓을 이용한다. 아이스크림의 할인폭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집 근처(슈퍼마켓)는 60% 정도 세일을 하는데요, 여기(집과 거리가 먼 슈퍼마켓)는 70%세일을 합니다. 같은 제품이지만 10%정도 싸게 살 수 있어요."

김씨의 손에는 봉지 가득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다. 자주 방문하기가 번거로워 한번에 다량을 구매해 둔다는 부연이었다. 김씨의 말처럼 실제 상점간에 가격에 차이가 있는지 기자가 직접 확인해 봤다. 결과는 의외였다.

롯데제과의 '죠스바'와 '스크류'바, 롯데삼강 구구콘의 가격을 각각 비교했으나 60%세일 소매점과 70%세일 소매점에는 가격차가 없었다. 죠스바와 스크류바는 600원, 구구콘은 1100원으로 가격이 같았다. 김씨가 그간 오판을 해 왔다는 의미다. 제품에 매겨진 최초 금액자체가 소매점 별로 달랐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같은 동네니까 당연히 같은 가격에, 할인 폭만 다르다고 생각했죠. 상품가격 베이스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면 비교를 했겠지만 저 같은 일반 소비자들은 원래 가격을 알 수가 없지 않습니까. 권장소비자가격이라도 써 있었다면 모를까……"

김씨는 오픈프라이스 제도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도록 업체들 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씨는 제품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제조 및 유통업체들 간) 담합 없이는 가격차이가 나지 않는 이유가 설명이 안되죠. 1~2%도 아니고 표면적인 금액만 10%차이인데 어떻게 십 원짜리 한 장까지 제품가격이 같을 수 있냐는 말입니까. 유통업체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소매상과 소비자 모두가 당하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나네요."

특정 지역에 한정된 문제일 수도 있다는 기자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였다.

점심식사가 끝난 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한 기자와 일행은 한 슈퍼마켓(서울 종로구)에 들어섰다. 각자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골라 계산대 위에 올린 찰나, 큼지막하게 붙여져 있는 안내문구를 발견했다.

'아이스크림 할인 현금 50%, 카드 30% 입니다'

   
 
◆ 50%할인이 70%할인보다 싼 이유는?

"가격도 할인해서 파는데 카드손님까지 받으면요. 수수료 빼고 하면 남는게 없어요 남는게. 현금으로 사시는 게 훨씬 이득이에요. 현금 없으시면 그냥 (신용) 카드 주시고요."

이 같은 무미건조한 가게 주인의 발언보다 기자를 더욱 황당하게 만든 사실은 아이스크림 가격이었다.

50% 할인된 가격이지만 앞서 언급한 70% 할인된 '죠스바'와 '스크류바'와의 가격에 비해 100원이 싼 500원씩에 판매되고 있었다.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었던 셈. 더욱이 70%할인하는 쪽이 점포 규모만으로 5배 정도 더 커 할인율과 가격차의 상관관계를 짚어내기 어려웠다.

그 만큼 아이스크림의 가격왜곡이 심각한 상태인, 즉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겪는 가격혼동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이스크림 업체들은 원재료 값이 올랐다거나 질을 높였다는 식의 상투적인 선에서 해명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 없이 방관하고 있는 눈치여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주부 박모씨는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 아이스크림이 불티나게 팔릴 텐데 가격이 더 오르지는 않을까 걱정"이라며 "소매점들이 할인율을 낮춰 가격을 기습적으로 인상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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