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의 적' 블랙컨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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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공의 적' 블랙컨슈머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3월 30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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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적어도 빵집 주인들에게 작년 크리스마스는 그랬다. '쥐식빵 쓰나미'로 대목장사를 완전히 망쳤다.

식빵에 쥐를 넣어 구웠다. 이웃 빵집에서 만든 제품에서 쥐가 나왔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단순히 악성 민원을 제기하고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 수준을 넘어섰다. 소비자의 권리를 악용한 범죄다.

문제의 빵집 주인은 엊그제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기업이 입은 엄청난 피해와 사회적 파장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형량인지는 의문이다.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계획적 범행으로 식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웠고 경위나 수법에 비춰 죄질이 불량하며 피해가 커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블랙컨슈머에 대한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는 입장이다. 기업들에게 블랙컨슈머는 '골칫거리'다. 특히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종종 기자에게 블랙컨슈머로 인한 속앓이를 털어놓는다.

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면 1대1 교환이나 제품가를 환급해 주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더 많은 보상을 바란다. 정신적 피해보상금 명목으로 수백, 수천만원을 기업에 요구 한다. 업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대중에 퍼뜨리겠다는 협박도 한다.

기업은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블랙컨슈머와 합의하는 방법을 택한다.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블랙컨슈머의 억지주장 만으로 회사 이미지 타격, 소비자 신뢰도 하락과 같은 더 큰 출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컨슈머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기업뿐만이 아니다.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도 피해를 입게 된다. 기업이 블랙컨슈머를 처리하기 위해 쓴 비용은 어떤 식으로든 제품가에 반영된다. 상품 가격이 올라간다는 얘기다. 블랙컨슈머는 결국 기업으로부터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소비자가 낸 돈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는 꼴이다.

소비자의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하는 소비자도 '블랙컨슈머 노이로제'에 걸린 기업 관계자들의 눈에는 또 다른 블랙컨슈머로 보일 수 있다. 공익을 위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블랙컨슈머로 오인 받은 소비자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결국 스스로 소비자의 권리를 포기하고 입을 닫아버린다.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다.

블랙컨슈머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 '화이트컨슈머'의 목소리를 빼앗아 가는 것. 화이트컨슈머가 소리를 내지 않으면 기업의 서비스와 품질 개선은 더뎌질 수 밖에 없다. 감시의 칼이 무뎌지면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더 이상 개인의 이익을 취하려는 블랙컨슈머가 전체 소비자의 권익을 깎아먹어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엄정한 법의 잣대도 들이대야 한다.

빵집 주인들과 소비자들은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다. '블랙컨슈머의 악몽'에서.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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