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 사의 자문으로 보험금 삭감…고객 항의에 '안면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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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손보, 사의 자문으로 보험금 삭감…고객 항의에 '안면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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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대응으로 시간 끈 뒤 소송 '뒤통수'

[컨슈머타임스 이연경 기자] 보험사가 자사 자문의를 통해 보험금 지급을 판단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화손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제보자 A씨는 산에서 넘어진 뒤 허리디스크로 후유장해 진단을 받고 2019년 12월 보험금을 청구했다. A씨가 가입한 보험은 한화손보 '무배당 마이라이프 한아름종합보험1710'이다.

보험금 청구 당시 A씨는 보험사 직원이 건넨 의료자문동의서에 싸인하지 않았으며, 동의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보험사 직원은 "의무가 아니라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며 "대신 보험금 지급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안내했다.

3개월이 지난 올해 3월 A씨는 한화손보로부터 의료자문 결과 한시장해로 판단돼 보험금의 일부만 지급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가 이에 항의하자 보험사 직원은 "사의 자문를 통해 나온 결과"라며 "억울하면 동시감정을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대외자문은 동의가 필요하지만 사의 자문은 따로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며 "보험금 지급 판단을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사가 사의 자문으로 보험금 지급을 판단할 경우 약자인 소비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 측에서 실행할 수 있는 사의 자문과 달리 의료자문동의는 보험금 심사를 위해 손해의 범위나 보험금 지급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소비자나 보험사와 관련이 없는 제3의 병원에서 자문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암암리에 보험사 측에서 정한 자문의를 통해 이뤄지는 탓에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의료자문료는 대체로 보험사가 원천세(기타소득세 3.3%)를 공제하고 자문 의사에게 직접 지급하므로 병원이 모르는 의사의 부수입"이라며 "보험사와 자문의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소견을 작성해 줄 개연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한화손보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의료자문을 거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건수(258건)가 손보사 가운데 가장 많다. 이어 KB손해보험(166건), DB손해보험(114건) 순으로 나타났다.

A씨가 한화손보로부터 받은 자문 회신서.
A씨가 한화손보로부터 받은 자문 회신서.

이후 생업에 바빴던 A씨가 몇 달간 잊고 지내다가 올해 6월 다시 보험금을 받기 위해 보험사 직원에게 전화했다. 그러나 해당 직원은 그동안 연락이 없어 보험금 청구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처리기간이 지나 재청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보험사 직원과 통화에서 '왜 내가 재청구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끊었는데 30분 뒤 보험금 청구 접수가 완료됐다는 문자가 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는 고객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정보를 도용한 행위이며, 엄연히 불법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한화손보 관계자는 "직원과의 통화에서 A씨가 재청구 의사를 밝혔다"며 "관련 녹취록은 개인정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가 계속해서 항의한 끝에 마련된 자리에서 담당 센터장은 보험금 지급을 고려하겠다며 2주간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2주 후 A씨에게 돌아온 답변은 "의료자문이나 동시감정에 동의하지 않고 보험금을 달라고 요청하니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것이었다.

A씨는 "소송이 들어간 건에 대해서는 금감원에서 민원도 받아주지 않는다"며 "이걸 노리고 2주동안 시간을 번 게 아닌가 하는 마음까지 든다"고 말했다.

이어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에서도 같은 내용의 보험을 들었고, 두 군데로부터 의료자문 없이 제출한 진단서를 통해 보험금을 받았다"며 "한화손보만 지급을 회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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