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교수] 자유로부터의 도피
상태바
[박항준 교수] 자유로부터의 도피
  • 박항준 세한대 교수 danwool@naver.com
  • 기사출고 2020년 09월 22일 09시 30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우리 인간이 누려야할 자유로 사상의 자유, 기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꼽고 있다. 다행히도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로 올수록 밀이 주장했던 '자유'의 폭은 더 넓어지고 있다. 무혈혁명으로 대통령이 그만두고 절대적 공산주의국가나 신정국가들마저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자유가 우리에게 주어지게 되면서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기적 행동이나 말들로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표현의 자유는 막말에 악성댓글, 가짜뉴스를 양성하여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뉴스 전면에 나오는 대부분의 소식들은 비상식적인 이들의 이야기로 도배되고 이들을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내용으로 24시간 논쟁이 모자랄 정도다.

문제는 자유를 악용하고 남용하는 독특한 이 행동들이 사회 뉴스 전면을 반복적으로 차지할수록 시민들은 점점 자유에 대한 피로도가 쌓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자유에 대한 피로도의 누적을 우리는 사이다 발언을 하는 정치인이나 자극적인 극좌 ·극우세력에 의존하며 해소하게 된다는 점이다. 최근 SNS나 유튜브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회적 상황은 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사회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일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당시 독일 국민이 1차 세계대전 이후 왕정으로부터 획득한 '자유'를 포기하고 극우독재정권을 선택했음을 경고하고 있다. 당시 패전 이후 중상층들의 삶이 급속히 어려워지고 심지어는 자신들이 노동자 계층 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되면서 오게 되는 패배의식 그리고 비정상적 행위에 대해 법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허탈감으로 인해 나치의 히틀러라는 사이다 정치인 선택에 안타까워했던 것이다.

히틀러는 '경제위기'와 '계층붕괴' '자유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를 교묘히 파고 들었다. 민족과 국가의 발전을 위하여 혼탁해진 사회에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되 제한된 자유 대신 국민들이 유대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사디즘적 쾌락을 대안으로 선사하게 됨으로써 결국 90%에 달하는 독일 국민이 히틀러의 나치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 아픔의 역사로 인해 800만 이상의 유대인이 목숨을 잃었고 독일 국민들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살인극 주인공이 되었다. 이는 2차 대전으로 이어져 독일 국민 스스로도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돌아보자. COVID-19로 인한 '경제위기'와 '계층붕괴' 그리고 '자유에 대한 피로도'에 지쳐가고 있다. 어찌 보면 히틀러를 선택한 독일 당시와 유사하다. 독재적이지만 사이다발언을 하는 정치인을 지지하고 짜증나는 뉴스를 아예 보지 않거나 가진 자들을 미워하게 되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시민 간 싸움이 잦아진다. 결국 자신과 사회를 속박의 틀 안에 다시 넣고 대신 안정된 삶을 살게 해달라는 시민 스스로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행렬이 줄을 잇게 될 수 있다.

이를 틈타 성숙하지 못한 민족이나 점점 퇴화되는 국가와 사회일수록 점점 '극우'나 '극좌'노선을 선택하게 된다. 자유를 포기하도록 국민을 조종하고 대신 사디즘적인 공유를 통해 '타국'이나 '상대'를 공격하도록 자극한다. 일본을 비롯해 중국, 미국, 러시아의 정치경제사회 상황을 돌아보면 우려의 목소리가 나는 이유다. 그나마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미리 경험한 독일이 이 흐름에 빠져있는 것이 다행일 뿐이다.

내 대신 속 시원하게 비판하고, 비난하고, 막말하고, 욕하고, 속이 뻥 뚫리는 말을 대신 해주는 이들에게서 쾌감을 느끼고 있는가? 그래서 편향된 것을 알면서도 유튜브에 중독되어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도 자유를 버리고 사디즘을 선호하는 모습으로 퇴화되고 있는 것이다. 아예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없다면 이는 오히려 더 문제가 되는 시민의 모습이다.

민족과 국가의 자멸 메카니즘인 '경제붕괴->계층붕괴->자유의 피로도 증대->사이다 정치인 지지->자유로부터의 도피->극우적 정권의 탄생->자국 이기주의->이웃국가들과의 평화번영 포기->국제사회와의 대결구도->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느냐 아니면 인류공영의 주인공이 되느냐는 지금 우리 국민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현명한 지혜가 필요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