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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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급발진 트라우마
  • 김종훈 한국 자동차 품질연합 대표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8월 31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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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기간이 훨씬 지난 가솔린 승용차를 운행하면서 자동차 관련 전문가인 만큼 유별나게 아끼고 차량관리를 했다. 자동차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비 맞으면 다음날 세차를 해야 만족할 수 있었다. 경고등이 들어오거나 잡소리가 나면 바로 점검을 받곤 했다. 급발진 일주일전에 엔진오일을 교체하고 타이어 공기압도 보충했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 입구는 2차선 경사 도로다. 며칠 전 늦은 오후 차를 몰고 평소대로 내려오고 있었다. 6차선 대로변을 100미터 정도 남겨 놓은 지점에서 갑자기 "윙"하며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RPM(분당 엔진 회전수)이 약 3000정도(추정) 올라가면서 가속이 되어 직감적으로 위기를 느껴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밟았으나 소용이 없었고 주차 브레이크를 반복해서 당겼지만 차는 멈추지 않았다.

끝까지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주차 브레이크를 당겼지만 허사였다. 차가 멈추지 않는 5초 정도의 시간, 공포와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아! 이러다 사고 나겠구나 각오를 하고 차를 어디로 부딪쳐 세울 것인가 당황스러웠지만 40년 운전경력을 믿었다.

반대편에는 공사장 신호수가 있었고 건너편에서는 시내버스가 올라오고 있었다. 멈추지 않던 차가 40미터 정도 지나 기적같이 멈췄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다. 다리가 후들거려 한참을 쉬었다가 약속장소로 갔다. 만일 경력이 짧은 여성운전자라면 얼마나 끔찍스러웠을까. 경험상 자동차제작사는 점검을 해도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할 텐데 답답했다.

견인된 차는 수리센터에 입고했고 제동력 테스트 등 여러 점검을 했으나 예상대로 이상이나 고장코드를 발견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입증을 할 만한 자료가 없었다. 다행히 블랙박스에서 RPM이 올라가면서 차가 진행하는 것과 주차브레이크를 작동하는 기계음은 들었다고 인정만 하였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제작사의 다른 관계자는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착각해서 오 조작 하지 않았느냐?"고 의심하기도 하였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면 굉음이나 스핀 마크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 평소 소비자들이 급발진이라고 불만을 제기하면 제작사는 무조건 소비자 과실을 의심하고 차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는 못된 행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급발진 사태 후 차타기가 무서웠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다음날 신호대기 중이었는데 차가 움직이는 것 같아 밟고 있던 브레이크 페달을 다시 세게 밟았는데 내 차가 아닌 옆 차가 움직이고 있었다. 집사람은 불안해서 더 이상 차를 탈 수 없다며 자동차 키를 반납하였다.

평생 겪어보지 못한 급발진으로 생긴 정신적 불안감과 트라우마를 쉽게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20년 이상 자동차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는 업무를 하고 있지만 직접 겪어보니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급발진으로 고생하고 불안해하였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자동차 제작사도 점검결과 이상이 없다는 앵무새 답변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원인 분석을 하고 불안해소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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