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보장축소에 손보업계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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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보장축소에 손보업계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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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6월 17일 0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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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가 민영 의료보험 보장한도를 100%에서 90%로 줄인다는 정책 방향에 대해 반발하면서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크게 표출을 못하고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가족부, 금융감독원이 이달 중 민영 의료보험, 일명 실손 보험 보장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자 손보사와 노동조합, 설계사들이 모두 반발하고 있다.

손해보험 노조는 실손 보험 보장한도 축소가 손보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관련된 생존권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복지부와 국회를 항의 방문하는 한편 지난 15일에는 금융위원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손보업계에서는 최근 주력상품으로 떠오른 실손보험 판매가 줄어들 경우 평균 수입이 월 140만원인 손보 설계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생계가 어려운 처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도 보장한도를 축소하면 상품 경쟁력이 줄어들면서 영업에 큰 타격이 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손보사가 판매하는 상품은 질병·상해로 치료받을 때 들어간 치료비, 수술비, 약 값 가운데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부분과 법정 본인부담금을 100% 보장해주기 때문에 80%를 보장하는 생명보험사 상품과는 차별화되고 있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생보사는 손보사에 비해 조직력과 영업력이 훨씬 강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장한도가 똑같이 90%가 된다든지 할 경우 상대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장기적으로 실손보험 관련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업체들로서는 그보다는 당장 고객을 끌어들여 다른 장기보험 상품 판매까지 연결시킬 계기가 사라지는 점이 매우 아쉽다.

LIG투자증권 지태현 애널리스트는 "보장한도를 축소하면 상품 매력이 떨어지는데 따른 부정적 영향이 손해율 하락과 관련한 긍정적인 요인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그러나 금융당국에 미운털이 박힐까 우려해 밖으로 크게 반발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주무부서인 금융위원회에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손보사 사장단 회의에서도 공식적인 성명을 내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06년에 보건복지부가 민영 의료보험에서 본인부담금을 보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을 때는 보험업계가 한데 뭉쳐서 '규탄', '말살' 등의 자극적인 용어까지 등장하는 성명서를 냈지만 지금은 금융위원회가 정책을 주도하고 있고 생보와 손보의 이해관계도 엇갈리는 등 여러모로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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