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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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
  • 임이랑 기자 iyr625@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8월 25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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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차별과 불신이 테러 야기할 수 있어"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

[컨슈머타임스 임이랑 기자] 라틴어로 'terrere'가 어원인 테러는 '거대한 공포'라는 의미를 지녔다. 이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테러는 1789년 프랑스대혁명 당시 혁명정부의 주역들이 왕권복귀를 꾀하던 왕당파들, 즉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됐던 것에서 유래했다.

현재의 테러도 정치적 역학관계 속에서 발생하지만 그 원인을 과거처럼 정치적 현상으로 파악하려한다면 제대로 된 원인을 분석할 수 없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SNS와 언론 등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테러'를 직·간접적으로 접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는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학문적으로도 체계화되지 않고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변방 취급을 받는 '테러'를 중심으로 옮긴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 겸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를 만났다. 최근 이 교수는 '테러'를 대중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국경이 사라진 전쟁: 진화하는 테러리즘'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Q. 한국테러학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한국테러학회는 지난 2008년 창립했습니다. 또한 테러방지에 대한 대한민국의 '학술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법학, 경찰학, 군사학, 정치학, 행정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연 4회씩 연구논문집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방부, 경찰청과 공동으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고 매년 3월 초 킨텍스에서 개최하는 '국제 대 테러컨퍼런스'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테러 학술세미나가 됐습니다. 아울러 유관기관인 '대테러안보연구원'과 '한국대테러 산업협회' 역시 테러리즘과 관련해 전문연구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Q. 이번에 새롭게 출간한 책은 어떤 내용인가요.

== 이번에 출간한 '국경이 사라진 전쟁: 진화하는 테러리즘'은 테러를 주제로 했고 독자들이 테러를 이해하는 데 유익하게 활용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테러리즘에 대한 이해와 시각, 안보문제, 민주주의, 전쟁과 평화 그리고 난민과 인권 같은 다분야의 주제를 쉽게 독자들이 쉽게 다루어 보려 노력했습니다. 1년 전에 발간한 책의 제목은 '전쟁의 다른 얼굴'이었습니다. 부족한 책이었지만 많은 분들께서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으로 다시 한번 이 책의 발간을 서두르게 했습니다. 책의 제목을 고민하던 중 때마침 불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은 책의 제목을 결정하게 하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 이 책을 통해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에 대한 논쟁들이 이해관계가 아닌 가치와 이념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Q. 테러에 대한 개념을 설명해주세요.

== 테러는 큰 범위로 봤을 때는 범죄입니다. 여전히 테러를 정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범죄와 비교해 본다면 좀 더 명확해집니다. 테러는 정치, 종교, 민족주의적인 성향을 띈다. 또한 범죄에 비해 굉장히 조직적이고 계획적입니다. 여기에 테러는 범죄보다 시민들에게 더 큰 공포를 주고 한 국가의 행정과 사회에도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적으로 합의된 테러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일부 테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테러의 개념을 100가지 정도로 구분 짓기도 합니다.

Q. 테러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테러가 발생하는 이유는 9·11테러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9·11 테러는 서구 문화와 이슬람 문화의 충돌에서 비록된 것입니다. 서방에서는 이슬람문화와 전통을 유럽 문명과 비교해 열등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에서는 냉전 이후 반세기 동안 미국과 유럽 중심의 국제질서가 정착되며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냉대가 원인이 돼 급진 테러조직의 테러 명분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은 9·11 테러 사건 이후 '테러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이슬람 국가에 대한 무력 사용을 강화했지만 테러단체에게 오히려 좋은 공격 목표를 주게됐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서방 국가들은 대내외적으로 테러를 통한 이슬람 문명의 도전을 받게 될 것입니다.

Q. 우리나라는 테러의 안전지대라 할 수 있을까요?

== 우리나라도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테러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과거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이 열렸을 때 북한의 사주를 받은 중동 테러리스트 아부 니달의 하부조직원이 김포공항 쓰레기통에 폭발물을 설치한 적은 있지만 그 외에 특별한 테러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테러가 발생한다면 국내자생테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는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여전히 반(反)다문화정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테러발생 배경에 인종과 민족, 문화, 종교적 문제 외에도 사회적 소외와 갈등, 불만이 주요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발생한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테러는 그 나라의 이민 2~3세들이었고 해당 국가에서 아웃사이더로 차별을 받았던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또한 국제조직에 의한 테러보다는 사회 내부의 차별과 불평등으로 인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테러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 대한민국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적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공격이 꽤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김선일씨 피랍사건 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상할만큼 테러에 대해 남의 일이려니 하고 관심을 끊어버립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우리나라에선 국내자생테러에 의한 테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차별받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나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국민적 역량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Q. 향후 한국테러학회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 한국테러학회가 국내에서는 '테러'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단체가 됐습니다. 지난 2010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함께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한국테러학회는 UN과 교류를 하면서 국제적으로도 안보·평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여전히 미진한 테러에 대한 학문적 적립과 국내외 유관기관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테러'의 변화를 연구할 계획입니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은?

호원대학교 법·경찰학과 교수로 인재양성과 연구에 주력하고 있으며, 한국테러학회장 및 대테러안보연구원장, 국가대테러정책위원, 한국군사법학회장, 국방부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전쟁의 다른 얼굴' '국제정치의 이해' '국경이 사라진 전쟁'등 테러리즘·국가안보와 관련해 많은 저서와 논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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