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뽑자마자 결함 고쳐서 타라"
상태바
"벤츠 뽑자마자 결함 고쳐서 타라"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2월 14일 16시 49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속기 래버 '결함' 2개월 방치…본보제보 뒤 수리 끝

   
 
2011년형 벤츠 CGI 아방가르드(Avangarde)를 지난해 12월 5300여 만원을 주고 구매한 송모(서울 성북구)씨는 2월 현재까지 차량을 운행하지 못한 채 애만 태우고 있다.

원인미상의 변속기 레버 결함이 발생, 이렇다 할 조치 없이 업체 측 A/S센터장에 장시간 방치돼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행태에 대해 납득할 수 없었던 송씨는 본보에 그간의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털어놨다. 이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시운전 직후 래버 '부르르'… "원인 모르겠다"

송씨가 벤츠의 공식 딜러인 한성자동차로부터 문제의 차량을 인도 받은 시점은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7시. 이상증상은 시운전 직후부터 발생됐다.

정차 중 변속기가 'D'나 'R'에 들어가있는 상태에서 핸들을 돌리면 기어 래버가 '부르르'하고 떨리는 결함이 포착됐다. 주행 중에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기어레버는 같은 증상을 보였다.

송씨는 차량을 인도한 담당 딜러 A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A씨는 "일단 A/S센터에 들어가 보라"고 제안했다. 새차를 수리한다는 사실이 내키지 않았지만 송씨는 어쩔 수 없이 차량을 맡겼다.

하지만 경정비만 실시하는 토요일과 겹쳤다. 업체 측은 알피엠을 일부 조정하는 처방을 내놨다. 효과는 없었다.

송씨는 A씨에게 차량교환을 요구했다. A씨는 "(차량교환을 위해서는) 어디가 고장인지 알아야 한다"며 일단 센터 측에 차를 맡기라고 재차 권유했다.

그로부터 3일 정도가 지난 12월 21일. A/S센터 측은 차량을 길들이면 증상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식으로 다시 찾은 송씨를 설득했다.

송씨는 고속도로 주행을 포함한 차량운행을 수일간 계속했다.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송씨는 수리를 위해 12월 27일 업체 측에 재 입고 시켰다.

약 나흘 후. 차량의 상태를 확인한 송씨는 황당했다. 그 전에 비해 떨림 증상이 심해져 있었던 탓이다.

A/S를 담당한 정비사 B씨는 "이것저것 다 교체를 해 봤으나 증상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차량용 컴퓨터만 업데이트하면 증상이 없어질 수 있다는 벤츠 독일 본사의 지침이 있었다"고 밝혔다.

송씨는 "다른 벤츠 차량도 같은 컴퓨터가 장착돼 있는데 내 차량에서만 이런 문제가 터진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B씨에게서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었다.

해를 넘긴 2월 현재까지 차량수리가 되지 않자 송씨는 한성자동차에 차량 교환이나 환불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고쳐서 타라'며 거절했다.

송씨는 "벤츠가 소비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고쳐서 탄다고 한 들 이미 정이 떨어진 차를 누가 타려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공교롭게도 송씨가 본보에 제보를 한지 불과 나흘 만에 차량이 수리가 됐다는 사실이다.

◆ '제보' 이후 차량 수리… "어떻게?"

한성자동차 관계자는 "오늘(14일) 송씨가 차량을 찾으러 오기로 했다"며 "차량은 수리가 완료된 것으로 (A/S센터 측으로부터)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

변속기 주변 일부 부품을 교체, 떨림 증상을 잡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새차의 부품이 교체된 것을 포괄한 소비자의 불쾌감과 더불어 송씨에 대한 피해보상과 관련한 지적에는 "내부적으로 송씨에게 어떤 (피해보상)조치가 이어지는지 확인 후 밝히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증상이 또 다시 발생되는 경우의 수를 놓고는 "일단 차량의 상태를 지켜본 이후 내부 규정에 따라 처리 될 것"이라며 "중대결함이 아닌 이상……" 이라고 말 끝을 흐렸다.

사실상 송씨 차량의 결함은 '중대결함'으로 분류되지 않아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쓴 소리가 새나왔다.

직장인 김모씨는 "벤츠에 대한 '명품'이라는 평가가 과장된 것 같다"며 "멀쩡한 새차를 중고차로 만들어 놓고 보상도 안 해 주는 그런 행태는 국내 소비자를 업신 여기는 것과 같다"고 일침을 놨다.

주부 박모씨는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의 품질이 오히려 앞서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외제차에 대한 환상을 소비자들이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