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교수] AI와 블록체인, 브리콜라주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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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준 교수] AI와 블록체인, 브리콜라주의 완성
  • 박항준 세한대 교수 danwool@naver.com
  • 기사출고 2020년 07월 29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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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마토 그로소' 원주민들은 정글 속에서 무언가 발견하면 자루에 주워 담는다. 그들이 주운 뭔지 잘 모르는 물건이 나중에 공동체를 위기에서 구한 일도 있기에 수집하는 것이었다. 여차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수집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브리콜라주'라 한다. 프랑스어로 '여러 가지 일에 손대기'정도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브리콜라주로는 막대한 낭비로 보였던 달 착륙 '아폴로 우주계획'이었다. 이 우주계획으로 전자레인지, 정수기, 인공 귀 청각 장치, 라식 수술기, 시력교정기, MRI, CT촬영기, 심장박동 원격 조절장치, 의료 집중치료실, 화재경보기, 주택단열재, 연료전지 등이 탄생해 인류 생활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다.

혁신이 멈추는 것은 "그건 어디에 도움이 되는가 라는 질문에서부터 나온다" 웬지 대단한 거 같다 라는 직감에 이끌려 실현되고 있다(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맞는 말이다. AI(인공지능)나 블록체인에 대해 정부나 금융권에서는 '그건 어디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브리콜라주 능력이 탁월한 현대판 '마토 그로소' 주민들인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들은 오직 '왠지 대단한 거 같다'라는 직감에 의해 귀중한 시간과 자금을 투입해 자루에 주워 담고 있는데 말이다.

​정부는 혁신의 발목을 잡는 '그건 어디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이 질문 전에 '왠지 대단한 거 같다'라는 직감을 공유하길 바란다.

정부와 공무원이 브리콜라주 능력을 상실한 국가와 사회는 혁신이 멈춘 국가가 된다는 의미다. 프랑스, 스위스, 일본, 중국, 미국 등이 앞 다투어 AI나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분야가 '왠지 대단한 거 같다'라는 직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국회의원이나 공무원들이 신기술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성토한다. 그러나 공부하지 마라. 공부해도 모른다. 공부하면 할수록 '그건 어디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늪에 빠져 혁신을 멈추게 할 뿐이다. 그리고는 규제하려 들뿐이다.

블록체인과 AI가 언제 어디에 쓰일지 모르는 것은 프랑스나 스위스, 미국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지금 국회와 공무원의 역할은 이 물건들을 버리지 말고 그냥 자루에 담아 두는 것이다. 이것을 활용하는 것은 민간의 역할이다.

​반면 우리는 무작정 자루에 담아놓은 이 미지의 물건들이 공동체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브리콜라주' 능력을 키우는데 매진해야 한다. 자신도 잘 모르는 이 물건의 유용성을 보물이라고 사기 쳐서도 안 된다. 자신들이 이 물건이 사용되는데 올바른 분야라고 생각하는 분야만을 고집하지도 말아야 한다.

아폴로 우주계획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 기술을 주워 담아 공동체를 위해 응용기술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어서 속히 보물을 수집에서 끝나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활용함으로써 '브리콜라주'를 완성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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