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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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7월 08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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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회사에서 담배회사로…'담배연기 없는 미래' 실천 지속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업의 본질은 같다."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게임회사 블리자드와 글로벌 IT기업 구글을 거쳐 담배 회사인 한국필립모리스로 자리를 옮긴 백영재 대표의 말이다.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진 백 대표는 자신의 전공과 커리어가 지금의 자리와 궤를 같이 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1위 '아이코스'의 비즈니스적 성공을 이뤄내고 '담배연기 없는 미래'라는 본사의 비전을 실천하는 데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Q. 취임 이후 첫 공식 석상입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소감이 어떠신지요.

== 합류 이후 온·오프라인을 통해 직원들의 의견 수렴을 많이 했습니다. 직원들이 예전보다 일은 더 많아지고 고되지만 과학을 기반으로 한 '아이코스'와 '히츠'에 대해 긍지를 가진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담배에 대한 선입견은 아직 존재하고 있습니다. 또 전자담배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업무에서 어려움 겪는 직원들도 많이 봤습니다. 직원들의 자부심과 노력이 소비자와 규제당국에 인정받도록 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IT에서 담배로, 다소 특이한 경력인데요.

== 저는 하루를 유튜브 뉴스를 보면서 시작합니다. 기술과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제 유튜브 피드에는 많은 전자기기 리뷰가 올라오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이코스 기기를 인기 유튜버 채널에서 리뷰하기 시작하더군요. '담배회사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그 시점에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직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이직할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인지 알아보기 위해 영상을 찾아보다가 '담배 연기 없는 미래'라는 회사의 비전을 접했습니다. 저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이 성인 흡연자들에게 덜 해로운 제품을 제공하고 이것이 불로 연소하는 제품을 대체하는 미래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믿습니다. 이것이 회사에 합류하게 된 이유입니다.

저는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소비자들의 혼선을 지우고 제품의 성장을 위해 차별적 규제를 이뤄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더욱 책임있는 경영에 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특히 청소년 흡연 방지에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직원들에게 다니고 싶은 회사로 거듭나고 비즈니스적으로는 지속적인 성장 등을 이룰 것입니다.

Q. 취임 이후 현재까지 도전적으로 어려웠던 과제가 있었다면요.

== 제가 몸담았던 게임, IT, 컨설팅 업계와 한국필립모리스는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선보이고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어 이윤을 창출하는 '업의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에 사회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저는 한국필립모리스가 이런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합류 후 지금까지 특별히 어려운 점은 많지 않았는데요. 다만 현재 업계 분위기는 상당히 무겁습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사회적 편견을 이겨 내야 하는 부분도 있고요. 가장 경쟁이 심한 한국시장에서 원칙을 지키면서 아이코스, 히츠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이 저의 역할이기 때문이죠. 과거처럼 일반담배 판매에만 매달렸다면 아무도 저희 회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반 담배 시장을 빨리 축소하고 비연소 제품이 대체하는 시장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것이 공중보건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아이코스가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공유해주세요.

== 일반 담배를 대체하기 위해선 혁신 제품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고 무엇보다 이 제품이 과학적으로 증명돼야 합니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은 혁신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지난 10년간 약 8조원을 투자했습니다. 또 400명 이상의 유능한 과학자들을 대거 채용해 장기간 투자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017년 5월 아이코스와 전용담배 히츠를 국내에 출시하게 됐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히츠의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45% 증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7년 말 히츠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양산공장에 3000억원을 투자해 2018년부터 국내 생산 가능해졌습니다. 아태지역에서 히츠 생산공장은 한국에만 존재합니다.

Q. 궐련형 전자담배의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 2017년 아이코스가 국내에 출시된 이후 가장 해로운 유형의 담배인 일반 담배 판매량이 줄고 그 자리를 궐련형 전자담배가 대체했습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통해 기존 비흡연자가 흡연을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지운 셈이죠.

국내 일반담배 판매량은 2017년 650억개비에서 2018년 628억개비로 9%가량 감소했습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2017년 경쟁사 제품을 포함해 약 15억개비였는데 2018년에는 약 67억개비로 3~4배 이상 증가했죠. 그 결과 전체 담배 시장의 10% 정도를 대체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현상도 감지됐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전체 담배 판매량이 6억개비 늘었죠. 일반담배 판매량이 8.7% 증가했고 더 나은 제품인 궐담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궐련형 전자담배나 다른 대체 제품에 대해 부정확한 정보나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들이 흡연자들의 혼란을 야기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 되지 않나 파악하고 있습니다.

Q.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축소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시는지요.

== 전체 담배 시장에서 비연소 제품의 성장세가 둔화되거나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은 공중보건 개선과 반대로 가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특히 2018년 식약처의 궐련형전자담배 유해성 분석결과가 나온 후 아직까지도 소비자들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죠. 성장세 둔화가 일시적인지 지속적인지 판단은 아직 이릅니다. 다만 정부가 과학에 기반한 합리적인 규제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비연소 제품을 선택한 소비자들은 전세계에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들은 일반 담배와 위험성이 저감된 담배를 차별해 관리하고 있죠. 국내에서는 과학에 기반하지 않은 채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투명하게 토론하면서 건설적인 논의를 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죠. 합리적인 규제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Q. '담배연기 없는 미래'라는 비전을 실천하는 데 걸림돌이 있다면요.

== 전 세계 흡연자는 11억명으로 예상되는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5년까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것이 바로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이 담배 연기 없는 미래라는 비전을 실천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죠.

금연 노력은 계속돼야 하지만 일반 담배가 대부분 국가에서 단시간에 사라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일반 담배 생산·판매를 갑자기 중단하면 오히려 비전을 실천하지 못하고 회사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 자동차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친환경 자동차 전환을 위해 자동차 회사가 당장 모든 자동차 생산판매를 중단한다면 이 회사가 살아남으면서 업계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요. 어떤 시점에서는 균형을 잡는 것도 기업의 소명입니다.

Q. 경쟁사에 비해 신제품 출시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 경쟁사가 다양한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환영합니다. 비연소 제품 분야에 다른 회사도 동참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을 앞당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다만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은 글로벌 1위라는 자부심을 갖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제품만 서비스 한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고객의 불만을 얼마나 해소했는지, 안전성에 대해 얼마나 검증을 거쳤는지가 브랜드 장기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신제품 출시 시기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빠른 시일 내 소개하게 되길 바랍니다.

Q.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는데요.

== 아이코스 출시 1년 후인 2018년 6월에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9개 유해성분의 경우 일반 담배보다 평균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타르가 더 많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강조했죠. 타르는 불로 태우는 연초담배에 해당하는 것이며 궐련형 전자담배는 비연초 담배이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우리는 분석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2018년 10월 제기했습니다.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소송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정보를 얻기 위한 행정소송이었죠. 우리는 얼마 전 법원으로부터 일부 승소했는데요. 식약처가 정보를 전달해주기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Q.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에 따라 기기 할인이 금지되면 타격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아직 전자담배 기기 할인 등 판촉 행위가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향후 국회에서 이 개정안을 입법화할 것인지에 대한 절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흡연자들에게 비연소 담배로 전환을 유도하려는 저희 입장에서는 개정안 입법추진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 규제 입법에 대한 한국필립모리스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규제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과학과 사실에 입각한 저희 입장을 규제 당국에 잘 전달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 규제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 철저히 준수하겠습니다.

Q. 직접 겪어본 한국 시장은 어땠나요.

== 한국시장은 높은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가 상당히 많습니다. 디자인, 기능, 편의성, 안전성,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냉정하고 신속하게 결정하죠. 과거의 성공이나 브랜드 파워에 안주하면 경쟁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은 한국에서도 철저하게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을 내놓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 고객들의 불만은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에도 전달되고 있습니다. 이는 아이코스를 개선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죠.

저는 입사한지 겨우 4개월이 됐는데요. 모든 문제에 답을 갖고 있다고 말하긴 힘듭니다. 오래 지속되는 기업으로 가기 위해 '정도 경영'을 이어가고 담배연기 없는 미래 실천하고 소비자 경청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서울대와 예일대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고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CJ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전략을 담당했다.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게임회사 블리자드에서 한국 대표를 역임한 후 구글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하다가 올해 2월 한국필립모리스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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