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원의 밑줄긋기] AI로 진화한 언택트 시대, '나'를 챙겨야 할 때
상태바
[하주원의 밑줄긋기] AI로 진화한 언택트 시대, '나'를 챙겨야 할 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타임스 하주원 기자] 자동화, 언택트(Untact 비대면), AI, OO테크 등 다양한 디지털 관련 키워드가 봇물을 이룰 정도로 우리 생활 전반이 디지털화됐다. 

휴대폰 하나로 전화·문자뿐 아니라 화상회의, 은행 업무, 동영상 편집, 문서작업, 선결제 주문, 개인 정보 확인 등 많은 것들이 일상화됐다. 커피나 요리를 로봇이 대신하는 '푸드테크'를 선보이는 곳이 많고 '디지털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주변의 새로운 볼거리가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매장과 일부 개인 매장에서도 키오스크 또는 앱(App·애플리케이션) 주문을 하고 고객이 직접 주문한 제품이나 물건을 픽업하는 시대가 됐다. 또 택시를 부를 때도 앱을 켠다. 

이런 것들이 신기하고 편하고 놀랍다고만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조금 불편해졌다. 3년 전 필자는 앱으로 주문하는 '사이렌 오더'로 카페에 음료를 주문한 후 해당 카페에 가기 위해 '택시 어플'로 예약을 하고 택시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대략 5분이 지났을 때 내가 있는 택시정류장에 예약한 택시가 도착해 타려는데 나보다 앞서 와서 기다리던 할머니가 '늦게 와서 택시를 채가냐'라며 역정을 내셨다. 황당했지만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런 일은 여러 번 있었다. 1년 전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기계 앞에 서 있던 나에게 할아버지가 다가와서 '여기는 주문을 안 받냐?'하고 물으셨다. 당시 기억에 해당 매장은 키오스크 시범 운영 매장이었다. 자동화 시대가 되면서 소외받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주변에서 자동발권기가 있는 곳은 더 있다. 지하철 자동발권기, 주차장, 무인발급, 자동정산 등 너무나 보편적이다. 주차장의 경우 젊은 나조차도 몰라서 관리자를 찾다가 결국 뒤에 오던 차주에게 물어본 경험이 있다.

우리 일상을 바꾸는 작은 기술에 대해 업계는 자동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보다 기술이 훨씬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 등 인공지능 개발 속도는 공학계조차 예측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스마트홈·가상현실·자율주행차·자동화 공정으로 구성된 스마트팩토리의 현실화 등으로 영화 속에서 보던 다양한 장면은 우리 삶에 거의 적용됐으며 서비스 보급·활성화 단계만을 남겨두고 있다.  

사람이 해야 하는 업무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컴퓨터나 로봇이 자동으로 처리하는 프로세스도 금융권과 기업에서 도입해 적용 중이다.

'AI'가 조류독감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인식되는 순간 이전부터 '다른 일을 볼 수 있어 좋다' 대신 '내 일을 빼앗긴 느낌'과 같은 실업 공포가 잔존하고 자율화되는 과정에서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로봇을 도입한 해외에서 로봇을 '불편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60%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꽤 있다. '겨우 이 정도 기술 적용에?'라는 물음이 나올 수 있겠지만 올해 우리나라 지능형 로봇 보급 사업 예산에 투입된 예산은 281억원으로 지난해(127억)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사업 기반을 다지고 내년부터 로봇산업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일 것이다. 

물론 돌봄·웨어러블·의료·물류 등 꼭 필요한 부분들이 채워지고 업무 위험도가 낮아지는 등 많은 부분들이 보완되고 개선될 것이다. 이 부분은 도입이 시급하고 기대된다.  

그럼에도 나의 디스토피아는 더 커졌다. 휴대폰이 없어도 살 수 있었던 2~3년 전과 달리 휴대폰은 나의 분신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현대인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10년 전 태어난 아이들부터는 기계 없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한때 AI와 4차산업혁명에 빠져서 이런저런 책을 읽다 얻은 것은 아직 내게 결정권이 있고 속해 있다는 위안이었다. 

이런 나의 우려처럼 세계 각국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자동화되는 것이 사람인지 기계인지', '내게 선택권이 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