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의 요리조리] "목숨 갖고 장난?" 마스크 폭리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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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연의 요리조리] "목숨 갖고 장난?" 마스크 폭리를 바라보며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20년 02월 03일 0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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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불과 일주일 전까지 손쉽게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코리아필터(KF) 마스크가 모두 동났다. 온라인 몰에서 500~600원 언저리였던 가격은 2000원대로 뛰었다.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상품은 클릭하는 족족 품절된다. 전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손 소독제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 폐렴' 발생 소식이 전해진 것은 1월 초순이다.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서 병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불안감이 고조됐다.

당시만 해도 미세먼지뿐 아니라 바이러스까지 차단한다는 KF94 등급 마스크는 60매에 3만원 중반대로 구매할 수 있었다. 소셜미디어(SNS) 상에서는 현재로선 이 상품이 가장 저렴한 것 같으니 어서 구매해야 한다는 독려 글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스크가 '없어서 못 사는 상품'이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설 연휴가 끝난 28일이 되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재고가 있어서 주문했는데 재고 부족을 이유로 취소 당했다" "내가 살 때는 2만원이었던 마스크가 지금 6만원대로 올랐다"는 식의 성토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국소비자원에는 억울함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끊임없이 접수됐다. 기자 역시 '이미 품절된 상품입니다'라는 팝업 문구를 수 차례 본 끝에서야 KF94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었다. 그 마저도 몇 건은 한 나절이 지나 취소됐다. 손 세정제는 2월 중순에야 배송이 시작될 예정이라며 기다려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당시에도 마스크와 손 세정제가 불티난 듯 팔렸지만 이번처럼 폭리가 이뤄지진 않았다. 인접 국가인 중국이 병의 발원지인 것이 구매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병의 빠른 확산 속도와 2차, 3차 감염 우려까지 더해진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인 보따리상들의 몰상식한 '사재기'다. 이들은 한국에서 1000~3000원대에 구매한 마스크를 자국에 수 만원에 판매하며 떼돈을 벌고 있다며 SNS에 자랑하고 있다. 국내 판매자들도 동요할 만한 부분이다.

결국 정부가 칼을 뽑았다. 이번 사태를 국가적 위기 상태로 판단한 것이다. 일방적으로 구매를 취소하고 가격을 올리는 사례가 적발되면 '징역 2년, 벌금 5000만원'의 처벌을 내린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에 아쉬움은 남는다. 특수를 겨냥해 "신종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는 식의 공포감을 조성하는 행위까지 막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뒷돈 장사를 제재하는 것은 더 힘들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라면 제대로 된 정보 제공에라도 힘 써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KF 등급이어야만 하는지, 손 씻기 말고 다른 예방 수칙은 없는지가 소비자들에게는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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