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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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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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 동력 우리가 찾겠습니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미래에는 산업의 융복합화가 화두입니다.

개별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각 기술을 합해서 연합군으로 융합을 시키면 승산이 있습니다. 각개전투에서 벗어나 이제는 칸막이를 허물고 서로 소통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개별기업과 개별산업의 약진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앞으로 더 나가려면 혁신적으로 합쳐내야 합니다. 몇 가지 품목에서 세계 톱10에 들어갔다고 자만하고 안주하면 미래 성장 동력은 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속적인 성장엔진을 찾아 지금부터라도 뭉치고 협력하고 비전을 위해 전진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에서 "황의 법칙"으로 신화적인 경영목표를 달성하고 자유인이 된 황창규 사장에게 지식경제부가 미래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전략기획단장을 맡겼다. 산업의 융합과 통합을 이루고 핵심기술 전략을 추진하는데 적합한 인재를 찾던 정부가 그에게 호루라기를 맡긴 것이다. 삼성그룹 CEO에 비해 턱없이 낮은 보수와 여건이지만 그래도 사명감을 가지고 국가에 봉사한다는 자세로 더 부지런히 뛰고 있는 황단장을 만나봤다.


문=현재의 한국 대표 산업군이라고 하면 어떤 종목들이 있을까요?

답-우선 반도체와 휴대폰, 자동차, 원자력, 조선, IT분야 정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아날로그 시대가 디지털세상으로 이렇게 빨리 변할줄을 몰랐는데 우리가 비교적 일찍이 변화에 대응한 결과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에서 앞설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1990년 초만 하더라도 소니나 코닥은 우리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공룡기업이었는데 20여년 만에 이들을 다 뛰어 넘었습니다. 창의적인 기술은 없었지만 우리가 응용하고 잘 버무리는 재능이 뛰어났던 거지요. 자동차, 조선도 중후장대한 장치산업에 투자할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세계를 재패할줄 몰랐습니다.


문=그런데 이제 산업의 트랜드가 변하지 않을까요. 언제까지 우리가 이런 추세로 나갈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답-그렇습니다. 지금은 산업의 변곡점에 서있습니다. 그동안의 리딩산업이었던 IT등이 침체하고 있습니다.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2%까지 갔다가 현재 3%까지 하락했습니다. 유가급등으로 전 세계가 대체 에너지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2030년에 우리나라에서 소나무가 없어진다는 환경보고가 있습니다. 온난화가 무섭게 진행되는 거지요. 이것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 비연속 이노베티브 테크닉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 저는 이것을 ONLY 1 기술로 부르고 있습니다만 이런 혁신적 기술을 찾아내야만 우리가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성과라고 할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전략기획단에 5개 분야별 MD를 정해서 임무를 주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문=우리 국민들은 한국이 세계제일의 정보기술 강국이라고 자부해왔는데 최근 애플사의 아이폰에도 뒤지고 해서 걱정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답-아이폰이 한발 앞서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애플사의 MP3나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등은 제가 삼성에 있을 때 이미 우리가 먼저 개발한 기술들입니다. 단지 우리는 인간중심의 응용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버리다 시피 한 기술들인데 그것을 애플사가 스마트폰으로 접목시킨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게임이 끝난 게 아닙니다. 스마트TV와 스마트 홈, 스마트 시티 등 무궁무진한 드라마가 이제 막 시작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예를 들면 철도역사의 난방에너지는 외부의 태양빛을 이용한다든지, 고층빌딩사이의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 회전문에서 에너지를 생산해 전기로 쓰는 방법, 공항 출발대에서 도시의 개인스케줄이 LCD화면에 떠오르게 해서 서비스 하는 등의 스마트 시티차원에서 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 시작인 셈이지요. 애플과의 경쟁에서 얼마든지 앞설수 있다고 봅니다.


문=이런 일들을 해나가려면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자원이 없지 않습니까. 결국 해외에서 자원확보전을 치루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인데--


답-그렇습니다. 우리는 사람은 넘쳐나지만 자원은 없습니다. 21세기 생존은 자원확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프리카가 동물의 왕국이 아니라 자원의 보고로 볼때가 됐습니다. 중국이나 일본 등 이웃나라들이 아프리카에서 싹쓸이 자원확보전에 나서는 것을 보면 우리가 지금이라도 분발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또 중앙아시아 같은 지역에서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뛰어야 합니다. 중국이 지난 6년간 아프리카 자원에 120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G8 국가들의 아프리카 원조 총액이 207억 달러인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수준입니다. 또 아프리카 사막이 이제는 자원이 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사막의 일사량을 에너지화 하는 작업들이 시작됐습니다. 산유국 클럽이 사막클럽으로 옮겨갈 것입니다.


문= 미래의 다양한 대비를 위해서는 융복합화가 필수적이겠군요.


답-가장 먼저 교육의 융복합화가 시급합니다. 서울대에 79개의 연구소가 있습니다. 제각기 각과 교수들의 아지트요 왕국을 형성해서 배타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개별 연구소의 성과를 횡적으로 공유해서 복합된 힘으로 신기술을 개발하려는 시도조차 금기시 되는 상황입니다. 이래가지고는 미래가 없습니다.

예컨대 스탠포드 대학에 나노와 바이오, 엔지니어링, 에너지 등 4개 분야를 쿼드빌딩 즉, 4개의 꼭지점을 연결하듯이 지상과 지하로 연결해 하나의 융복합 건물에 다 수용하도록 종합연구소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지상4층 지하3층의 이 건물에 8조원이 들었습니다. 학장 한사람이 12년째 장기근무를 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됩니다. 하버드공대와 MIT가 공동으로 세운 연구소, Broad Institute는 유전학과 암, 치매 등을 치료하는 합성신약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대표대학인 서울대는 연구소간 칸막이가 견고해 활용도가 별로 없는 리포트들만 양산하고 폐기처분하는 한심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칸막이식 개별평가는 이제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문=우리나라가 기술투자에 인색하고 여건이 좋지 않아서 그럴수도 있지 않나요


답-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연구기술투자는 지난해 수준에서 세계4위 정도로 높습니다. 다만 단기성과와 경쟁미흡, 지나친 자만심 등으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기업들이 내는 돈, 정부의 엄청난 지원금이 다 개별 연구소에 흩어져 사라져 버립니다. 하나를 해도 확실히 해야 미래 성장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의 연구소 학제간 벽과 이기주의를 국가적 차원에서 혁신시켜야 합니다. 기술은 대학과 교육에서 나옵니다. 그것을 가지고 기업에 시장에 맞는 상용화를 하는 것이지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입니다. 정부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국가적 연구개발 사업은 모두 성공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불가능한 일이지요. 어떻게 모든 연구개발이 성공할 수 있습니까. 성공한 것처럼 꾸며지고 실제로는 사장되는 것입니다. 에디슨은 전구하나를 개발하는데 무려 1만 번의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문=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면 우리의 융복합 기술개발은 가능한가요.


답-충분히 가능합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은 창의적 기술에 강하고 중국은 기초기술에서 뛰어납니다. 일본은 장인정신이 강하고 우리는 상용화 기술이 강합니다. 그래서 분야별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메디치 연구회 같은 것을 활성화 시키면 젊은 전문가 그룹이 상용기술을 집중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해낼 수 있고 유능한 인재들이 매우 많습니다. 향후 몇 년 내에 인류를 선도한 기술, 즉 포드의 T-car나 IBM의 360 컴퓨터, 소니의 워커맨 정도되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더 바랄게 있겠습니까.

이를 위해서는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자기산업과 타산업을 복합시켜 응용연구하고 자기역량을 아웃소싱과 결합해 이종간 산업에서 선도기술을 찾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우주식 칼슘개발입니다. 우주선 승무원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칼슘이 자꾸 빠져나가는 것을 착안해 골다공증 치료제를 만든 것처럼 시야를 넓히면 해낼수 있는 일들이 많아요.


문=구체적인 산업에서도 이런 모델을 활용하면 시너지가 크겠는데요


답-우리가 지난해 말 아랍에서 원전을 수주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원전 단일기술로는 부분적인 승부밖에 나지 않습니다. 베터리와 고속철도, 원자력발전, 전기차, 핵심부품산업, 충전인프라 등이 한덩어리로 연구되면 경쟁력의 차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들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선도기술들을 개별적으로 팔지 말고 덩어리로 수출하고 팩키지화하면 단가와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문=R&D전략기획단이 구상하는 비전이 궁금합니다.


답-우리의 목표는 2020년까지 세계 5대 기술강국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미국 일본 중국 독일에 이어 한국이 세계 5위의 기술강국을 이루는 것이 저희들 목표입니다. 그러나 방향은 세계적 강대국보다는 기술 강소국 모델이 우리에게 더 적합한 것으로 봅니다. 2020년의 국민소득은 1인당 4만 달러 정도를 보고 있습니다.


☞황창규 교수는 누구인가-

 

국가 R&D 전략기획단장(CTO)을 맡게 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이른바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명실상부한 반도체 전문가이다.

1978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에서 책임연구원 생활을 한 전통 '테크니션' 출신이다.

1989년 삼성전자에 영입돼 1991년 반도체 연구소 이사직을 맡았고, 이후 일본에 뒤진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이 속도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사 5년 만인 1994년 256 메가D램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회사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2005년 9월 세계 최초로 50나노미터(㎚) 공정의 16기가비트(Gb) 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성공했고, 이듬해인 2006년 '원D램'을 세계 최초로 내놨다.

황 전 사장은 2002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배로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발표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당시까지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통했던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도가 18개월마다 배로 증가)'은 황의 법칙'으로 폐기됐다.

2009년까지 삼성전자 사장으로 일하면서 1년 중 3분의 1이상을 외국에서 보낼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했으며 삼성전자 근무 시절 '미스터 칩(Mr.Chip)'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그와 반도체는 떼어내 얘기할 수 없다.

대담-김경한 컨슈머타임스 발행인

정리-최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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